유권자·언론 쉽게 지나치는 여론조사 변수, 후보 이미지·편승효과 가른다
조사방식, ARS·전화면접 따라 부동층 영향…모집단·질문 내역·응답자 충성도도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간 표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까지 약진하는 등 제 20대 대통령선거 전국단위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고 있다.

문제는 하루에도 3~4회 가량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되는 여론조사별 후보 지지도 차이가 크면서 부터다.

이에 따라 오차범위 내 양강 구도가 지속되는지, 오차범위 밖 1강 독주가 시작됐는지, 아니면 3강 체제로 바뀌었는지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표심 좌우하는 여론조사 결과

핵심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유권자나 응답자, 해석하는 언론 매체가 간과하기 쉬운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가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여론조사 왜곡현상에는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있다. '시류를 타다, 편승하다, 우세한 후보자에 붙다'는 뜻인데 선거에서 우세한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이다. 군중 심리, 쏠림 현상, 편승 효과로도 불린다.

이와 반대로 패배에 직면한 열세의 후보자 지지자들이 직접 투표에 참가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역-밴드웨건 효과가 있다.

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블랙아웃(Black Out)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권자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 공정을 해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당일 기준으로 특정일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원래 후보자와 유권자들은 시시각각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판세 및 지지율 변화를 알 수 있지만, 중앙선관위가 고지한 공표금지일부터는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없도록 한다. 이는 밴드웨건 효과, 또는 역-백드웨건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제도다.

이는 '여론조사의 함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를 좌우하는 변수는 여러가지로 나뉜다.

   
▲ 사진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사진=미디어펜

조사 결과 좌우하는 변수

우선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지만, 이후 리얼미터나 KSOI, 한국리서치 등 현재 대선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30곳에 달한다.

조사의뢰자와 기관이 사계약을 맺고 조사를 수행하는데, 모집단 등 구체적인 시행내역은 중앙선관위 기준에만 맞추면 되고 일부는 대외비에 붙인다. 이 때문에 같은 조사기관이라도 의뢰자가 다를 경우, 동일한 조사기간에 조사방식을 쓰더라도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두번째로는 조사방식이다. 대표적으로 ARS와 전화면접 방식이다.

ARS 방식은 자동음에 따라 기계적으로 응답을 청취한다. 하지만 기계음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아 응답률이 대체적으로 낮다.

반대로 전화면접의 경우 질문자가 사람이다. ARS보다 상대적으로 전화를 끊는 비중이 덜해 응답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 전국단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에서 ARS 방식과 전화면접 방식을 비교해보면, 대체적으로 ARS 방식에서 윤석열 후보가 많이 나오는만큼 전화면접 방식에서 부동층으로 빠지는 결과가 나온다. 정확히 몇%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5~10%가량의 지지도가 차이를 보인다.

또다른 변수는 조사 모집단이다. 조사기관 특유의 노하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무선전화번호의 경우 통신사들로부터 제공받아 랜덤샘플링으로 돌리지만 추츨틀과 표본 규모에 있어서 제각각이다. 응답률도 그때그때 달라 조사기관과 조사기간이 같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실상 하나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후보들간 전체 지지도를 결론내릴 수 없는 구조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표본오차에 있어서 95% 신뢰수준에 ±3.1%이지만, 조사대상자가 3000명을 넘길 경우 조사 표본오차는 ±1.8%까지 좁혀진다.

이 오차범위 내에서 후보들이 각축을 벌일 경우, 그 격차는 통계상으로 무의미하다. 이에 따라 오차범위 내로 조사결과가 날 경우, 그 해석에 있어서 어느 한 쪽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

여론조사의 마지막 변수는 질문 내역이다. 다자구도 상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더라도 그 질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응답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여론조사별로 실제 질의응답 문장을 전부 공개하고 있지만, 질의응답 차이에 따라 어떠한 결과 차이를 낳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여론조사기관별로 기존 문항에 따른 조사 결과를 복기한 후 이를 수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3일 본보 취재에 "여론조사는 전반적인 국민여론 추세를 파악하는 기초자료일 뿐 조사방식과 그 모집단 추출에 따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ARS 조사방식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층 일부를 드러낸다는 추론도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반영된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문제는 각 여론조사의 원자료 간 정확성과 대표성을 비교할 만한 공통된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며 "표본 대표성에 있어서 변수는 정말 여러가지다. 여론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이 실제 투표장에 가서 투표에 응할지, 적극적인 참여도 또한 변수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는 아시다시피 정말 천차만별"이라며 "다만 정기조사별로 지지율 변화의 추이를 장기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 여론조사별 특성과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민의를 100% 반영한 완벽한 여론조사는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지 최대한 신뢰할 수 있도록 조사기관들이 애쓰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55일 남았다.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다.

응답자들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유권자들의 손가락과 대답에 후보들의 일희일비가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