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 효과 노린 유사공약 수위 높여…취사선택 따라 가능성 달라
어젠다 보다 생활밀착형 공약 집중…유권자 포퓰리즘 인식 낮아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금 추경을 통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해서 두텁고 광범위한 지원을 하자는 점에 대해서도 저는 여야간에 형식적으로는 이의가 없이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힘이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에 100% 공감하고 환영합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밝힌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발언이다.

'선심성 인기영합' 정치라는 의미인 포퓰리즘이 사실상 의미를 잃는 순간이었다. 여야 또는 대소 등 대선후보를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들이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최대의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건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였다. 하지만 이번 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다 정부 재정의 만능, 지원 극대화를 기조로 공약을 내세우면서 허 후보와의 차별성이 없어진 상태다.

양강 체제를 구축한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월 2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투자가 짐 로저스와 '대전환의 시대, 세계 5강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양측이 앞다투어 공약을 내놓았지만 정책 차별성은 커녕 선점효과를 노린 유사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원래 상대적인 의미에서 더 포퓰리즘에 가깝냐를 따졌던 비교 분석이 무의미할 정도다.

실제로 본보가 양당 선대위 공약 목록에서 확인한 유사공약 사례만, '소상공인 35조원 추경안'을 비롯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서울 재건축 재개발 완화·부동산 공시가격 전면 검토·병사월급 200만원·성폭력 처벌 강화·가상화폐 과세 면제 완화·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15건에 달한다.

이처럼 '선 윤석열→후 이재명'이든 '선 이재명→후 윤석열'이든 서로 정책적으로 겹친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후보가 지난 13일 공개된 유튜브에서 "윤석열 후보님, 우리 오랜만에 통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랜만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유사공약과 관련해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자 관련 재정 투입을 증액하는 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유권자에 대한 마이크로마케팅 차원에서 도입한 '핀셋공약'이 많다. 이 중 무엇을 실제로 정책으로 시행할지 대통령 당선인의 '우선순위' 취사선택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변수가 생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 후보는 큰 어젠다 보다 생활밀착형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계층 및 지역별, 직군별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제시해 정책 효능감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유권자의 포퓰리즘에 대한 반감도 떨어지고 있다. 공약에 포퓰리즘적 성향이 있더라도 이를 인식하는 정도가 낮아진 것이다.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344명을 대상으로 2차 패널 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7%포인트)가 그렇다. 양 후보의 주요 공약에 대한 포퓰리즘 인식 정도는 1차 패널 조사보다 적게는 0.2%포인트 많게는 6.3%포인트씩 떨어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1일 본보 취재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공약 발표상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유사공약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우리보다 윤석열 후보 측의 사례가 많다"며 "국회 과반수를 쥐고 있는 집권여당이기도 하고, 지방정부도 그렇다. 우리가 윤 후보 보다 정책 우위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의 경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면서 겪었던 경험과 정책 실행력이 탁월하다"며 "더욱이 지난 경선 때부터 차곡차곡 공약을 발표하고 다듬어왔으면 주요 조언이 있을 경우 이를 받아들여 수정 보완해온 이 후보가 정책 공약에 있어선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 캠프의 눈치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이 후보가 향후 어떤 공약을 낼지 주목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무의미해진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어떤 정책 제시로 지지율 상승을 이끌지 관심이 간다.


** 이번 조사 방식은 웹 조사로, 응답률은 94.1%였다. 2021년 10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맞게 무작위 추출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앞서 1차 패널 조사는 지난해 11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여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