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위한 특례조치로 지역시공사 의무적으로 써야…일종의 '인허가 마피아' 구조
"누구에게 안전사고·품질 책임있는지" 계약서 밝혀야…인허가 리스크 큰 '텃세 환경'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9일째 이어졌던 광주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시신 수습이 8일 종료되면서, 9일 현장 조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종자 6명은 모두 숨진 상태로 수습된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은 장례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 또한 이제 시작이다.

   
▲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원인 규명, 이제 시작

광주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와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 등에 따르면, 9일 광주경찰청·고용노동부·사고조사위·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합동으로 현장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조사·확인에 돌입한다.

국과수는 이날 현산 현장소장·안전부장 등과 동행해, 공사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청취할 계획이다.

사고조사위는 앞서 관계자 진술을 청취했고 사고가 난 201동에서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확보했다. 양생 또는 재료 불량 등의 가능성을 분석할 방침이다.

경찰은 국과수와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별도의 감식 일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과 과학적 증명은 이제 막 시작했다. 경찰은 중간 결과가 나오는대로 과실 책임이 입증된 입건자들을 신병 처리할 계획이다.

입건자는 현산 관계자 6명, 감리 3명,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1명이다. 경찰은 현산 본사를 포함한 45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들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및 건축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선상에 놓았다.

붕괴 원인·책임을 놓고 현산과 골조 하청업체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붕괴 주요 원인으로 PIT층(배관 등 설비 층) 내 무단 시공 변경, 동바리(지지대) 조기 철거 등이 꼽힌다.

다른 구역에서 확인된 PIT층 내 데크플레이트를 활용한 타설 공법의 변경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에 대한 증명 및 책임 소재는 아직 나온게 없다.

다만 본보 취재에 따르면, 건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숨겨진' 진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숨겨진 진짜 문제는?

바로 아파트 사업상 인허가 리스크와 그에 따른 소위 '지역 마피아' 구조다.

최근 15년간 주거단지 개발사업에 주력해온 P모 시행사 대표는 9일 본보의 취재에 "종합건설사인 현산에게 책임이 제로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주요 원인은 정부 및 지자체의 사업 관련 정책을 배경으로 지역 건설사 마피아, 관련 공무원, 지역별 폐쇄적인 배타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광주 붕괴 사고는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며 "종합건설사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 씌우겠다는 것은 이러한 복합적인 썩은 암덩어리를 계속 둔채 지역 마피아나 다름 없는 현 사업 구조에서 모두 먹겠다는 심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가 난 배경을 살펴보면, 광주광역시라는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 시공사인 하청업체와 의무적으로 함께 사업하도록 강제해놓았다"며 "그런데 정작 사고가 크게 발생하니 지역 시공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것이 비상식적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역 시공사에게 하청을 주도록 각 지자체가 강제하는 것은 인허가권으로 드러난다"며 "이번처럼 시공사에 의해 큰 사고가 일어날 경우 하청을 강제한 지자체가 책임지는건 없는데, 이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조폭 짓을 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

   
▲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주로 수도권에서 개발사업을 해온 K모 시공사 대표는 이날 본보 취재에 "이번 사례와 같이 서울시 소재의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에 서울 설계사무소가 감리하면, 해당 지자체는 매우 까다롭게 군다"며 "이것이 일종의 지방 텃세인데, 공사진행이 더딜 만큼 별의별 일로 딴지를 걸어 인허가권을 휘두른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지방아파트 건설시 감리는 지방 설계사무소에게 맡기도록 지자체가 은근히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시공사든 시행사든 공기를 지키기 위해 전직 지방 고위공무원을 감리단장으로 앉힌 지방 설계사무소를 선호해 감리업무를 수주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설사 설계를 서울쪽 사무소가 맡았어도, 심의대행의 경우 시행사에서 지방업체를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건축허가 전에 이뤄지는 심의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막히면 사업성이 망가져 가지불한 토지대금이 매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결국 이러한 구조로 지방 전현직 공무원들과 지방 감리사, 지방용역업체, 하청업체가 서로 얽히고 섥히는 마피아처럼 돌아가게 된다"며 "이번 사건은 종합건설사와 하청업체 간 계약서를 모두 공개하고 그에 따라 책임 소재를 가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 계약서에는 안전사고나 품질에 대한 책임 모두 공사를 실제 수행한 하도급업체가 모두 지도록 되어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경찰이 진짜 사고 원인을 찾으면서 이 계약서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엄밀하게 법적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라며 "지역 마피아식 생태계의 '공공의 적'을 서울 소재의 대기업으로 두고 손가락질 하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사고로 6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지난달 14일부터 8일까지 숨진 상태로 모두 수습됐다. 사고 원인을 명백히 공정하게 가려야 할 때다. 경찰의 원인 규명이 공정하게 끝나, 세상에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향후 광주시 등은 구조작업이 완료된 만큼 피해자 장례 지원과 인근 상가에 대한 피해보상을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