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난해 내수 판매량…테슬라 대비 4배↑
아이오닉5·EV6 주도…모델3·모델Y, 1만대 밑돌아
탈 내연기관 선언 1년 만에 전기차 독주체제 완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계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때 정의선 회장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해당분야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입지가 구축되고 있다.

이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테슬라의 독주체재를 방어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분야의 슈퍼카브랜드 리막오토모빌리티와의 협업과 차원이 다른 변화를 도입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나아가 현대차는 이런 친환경라인을 통해 철수 12년만에 일본시장에 재진출하는 등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2021년 전기차 판매 실적 및 시장 동향'에서 현대차그룹의 작년 내수 전기차 판매량은 총 7만1785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체 판매량(10만 681대)의 4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157% 늘었다. 

새롭게 출시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의 EV6, 제네시스 GV60이 연이어 흥행한 결과다.

모델별로 보면, 아이오닉5의 판매량이 2만2671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EV6가 1만1023대, 지난해 9월 말 출시된 제네시스 GV60이 1190대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상용 전기차 현대포터2EV, 기아봉고EV등도 각각 1만5805대, 1만 728대 팔리며 현대차그룹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1만7828 판매에 그쳤다. 전년(1만1826대) 대비 51% 늘어난 수준이지만, 현대차그룹 판매량에는 비할 바가 못됐다. 

테슬라의 등록 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도 있지만, 주력 모델 판매량에서부터 테슬라는 현대차그룹 모델에 크게 밀렸다. 모델3와 모델Y의 판매량은 각각 8899대, 8891대로, 1만대를 훌쩍 넘긴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량을 크게 밑돌았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은 탈(脫) 내연기관 선언 1년 만에 전기차 시장 강자 테슬라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셈이다.

아우디·벤츠·포르쉐 등은 작년 각각 1000대 이상씩 팔며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 이후 역대급 판매 실적을 쌓았지만, 현대차의 상승세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강세는 올 초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올해는 정부의 보조금정책이 변경되며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모습이 전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보조금 정책을 바꿔 5500만원 미만의 전기차에만 100%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5500만원에서 8500만원은 보조금 50%를, 8500만원 이상의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국내에 판매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제공한 종전에 비해 고가 차량에 대해선 혜택이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차구매가격에 따라 책정됐던 보조금이 트림별로 변경됐기 때문에 옵션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 일이 없어져 해택이 줄었다고만은 볼 수 없다.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와 함께 그동안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준비시켰던 만큼 상품성이 타 완성차 브랜드의 모델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여전히 강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계최초로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선보이고 양산화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등장한 모델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제네시스 GV60다. 

이 세가지 모델은 일반양산차부터 고급차를 원하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고 작용하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일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는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진두지휘를 하고 있을 당시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개조한 전기차 플랫폼을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 카투사와의 협업해 완성시킨 플랫폼이다. 

일명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고도 불리는 이 형태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프레임 바닥에 탑재해 스케이트보드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플랫폼은 엔진룸이 별도로 필요했던 기존 내연기관의 모델과 달리 하부에 자동차의 주요부품들이 모듈화 돼 장착되며, 차의 모양을 결정짓는 상부 차체를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기본틀인 이 플랫폼은 용도에 따라 길이와 넓이 등 다양하게 조절이 가능해 세단모델부터 SUV까지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E-GMP는 크기와 무게,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모델별로 플랫폼을 변경해야 되는 수고를 덜어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전기차 플랫폼 기술 고도화에 성공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모듈화 시키며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전동화에도 쉽게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기술을 응용해 완성된 모델이 제네시스 G80 전기차다. 

과거 코나와 쏘울등 내연기관을 기본으로 하는 전기차와 달리 E-GMP 기술로 완성된 모듈화된 핵심부품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내연기관의 기반의 전기차이면서도 전용플랫폼의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의 상품성을 만들어 냈다.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현대차그룹은 곧 제네시스 GV70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역시 시장에 등판시키며 올해 전기차 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자동차가 IAA 모빌리티 2021에 전시한 아이오닉6의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사진=현대차 제공

이 밖에도 정의선 회장은 고성능 전기차 모델에 대한 전략도 기대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들장이 예고된 아이오닉6 때문이다. 

전기차의 기본적인 성향이 고성능 성격을 보여준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의 마음에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속도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델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출시하는 모델들은 SUV인기를 인식한 완성차 업계의 전략으로 세단과 SUV의 중간겪인 CUV모델이 대부분이다. 이런 시장에 현대차는 처음 E-GMP 세단모델 아이오닉6를 선보인다. 

전체적인 차체길이는 준중형 세단 크기에 중형세단의 실내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기본적으로 고성능 성향의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게 아이오닉6다. 이 모델이 등장하면 소비자의 선택 폭은 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이미 전동화 모델로 글로벌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현대차의 세단 전기차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바라보는 아이오닉6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정의선 회장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PBV에도 활용하며 미래차 시장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이뤄나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정의선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면서부터 준비된 일이다"며 "독자개발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경쟁사와의 유연한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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