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기자회견서 "선거용 아니다…지금 기득권 내려놔야" 해명
안 "거래대상 조건부 아냐", 심 "표 좀 합치자는 말", 물음표 여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선거용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정치를 반성하고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는 게 선거다. (선거는) 국민의 우려에 응답하고 국민의 탄식에 대책을 내놓는 기회다. (이번 개혁안은) 동시에 선거만을 위한 약속은 아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방안이다. 오는 3월 9일 2주도 채 남지 않은 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모양새를 갖췄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갖고 위와 같이 말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목하고 나섰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월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 연동형 비례 대표제, 총리 국회추천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송 대표가 이날 밝힌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내용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양상이다.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및 국민내각 구성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에서 국정기본계획 수립 ▲초당적 국가안보회의 구성 ▲양극화 극복 위한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 구성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 정당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산하로 이관 ▲대선 직후 국회에 국민통합 위한 정치개혁특위 설치 ▲새정부 출범 6개월 내 선거제도 개혁 ▲1년 내로 개헌 추진 ▲정치개혁 공론위원회 구성 등이다.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에서 거론되어왔던 정치제도 개혁을 총망라한 구상이다.

송 대표는 이날 "선거만을 위한 약속은 아니다"라며 이번 개혁안이 선거를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송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통합 정치'를 먼저 제안하지만 우리당의 제안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방향만 같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추가하고 보완해도 좋다"면서 향후 논의할 공간을 열어두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즉각 "저희한테 러브콜 안 보내셔도 된다"며 "선거가 다가오니 결국은 표 좀 합치자는 말처럼 들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상정 후보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향해 "선거용으로 쓰지 말라"며 "결선투표제도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말해온 건데 안 한 것이 문제다, 그것을 (민주당 스스로) 배신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오히려 "(민주당이) 저희(정의당)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보다 국민의힘과 적극적인 합의를 도모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며 "단일화는 기본적으로 힘 센 정당이 작은 정당을 무릎 꿇리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이날 대놓고 안 후보, 심 후보, 김 후보를 지목하면서 '민심 단일화'를 꾀하고 있지만 실제 표적은 안 후보라는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23일 충남 당진 어시장 광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심 후보는 사사건건 이 후보와 충돌할 정도로 정반대에 서 있고 김 후보는 지지율이 미미해 민주당이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것은 안 후보 지지층이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 또한 23일 울산 유세에서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180석 정도 가진 여당이 미래를 위해 그 일(통합정부)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게 왜 거래 대상이냐"고 반문했다.

안 후보는 "그런 것은 조건부로 할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으로부터 어떠한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안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본보의 취재에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과 민주당 간의 '연합 공천'도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중도 무당층의 지지에 안 후보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는 그 표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인하고 옹호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고치고 보완해서 개선해 나가자는게 이 후보의 진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단일화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민주당의 이번 정치개혁안은 정책 공조, 정치제도 개혁이라는 대망을 위해 하나로 힘을 모으자는 전향적인 제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후보의 이번 승부수가 찻잔 속의 미풍에 그칠지, 대한민국 정치제도를 뿌리부터 바꿀 태풍으로 커질지 주목된다.

관건은 송 대표 말마따나 국회 180석을 자랑하는 민주당의 결단과 의지다.

송 대표가 이날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정반대로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집착하려 할수록, 민주당의 속내는 정치공학에 기댄 '내로남불' 위선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