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 24시간 비상체제…'지지층 동요 우려' 전략 그대로"
윤·안 국민 모욕" 단일화 역풍 기대 vs 정권교체 표심 결집 가능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3월 4일 시작한 가운데 본투표 당일까지는 5일 남았다. 남은 선거운동기간은 오늘을 제외하고 단 4일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중도층 확산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지난 3일부터 민주당 선대위는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됐고 당원들에게 총 결집령을 내렸다.

위기 의식은 고조되고 있다. 지금껏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손잡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지만,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지난 3일 새벽 극적인 단일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월 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여론은 깜깜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0시부터 공표를 금지해서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타결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비공식적으로 전국단위 대선 여론조사를 돌려서 그 결과를 당 내부 인사들만 확인할 수는 있다.

이번 야권 단일화가 어떤 결과를 끼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입장은 강경하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화에 대해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며 "국민의 엄정한 심판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우 의원은 "막판 변수가 발생하긴 했지만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 후보가 다음 대통령 적임자라는 인물론을 주요 기조로 갖고 가기로 정했다"고 강조하면서, "대선 TV토론회를 통해 중도 부동층을 이 후보쪽으로 옮겨오는 과정이었다"고 자신했다.

이는 사실상 기존 선거전략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4일 일정을 일부 축소했지만 최대한 예정대로 소화하고 나섰다.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이 후보는 '촛불 민심'을 자극하기 위해 오전 일찍 광화문 인근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 후보는 이날 홍천군을 시작으로 춘천시, 남양주시, 서울 광진구와 강동구 등 강원·경기·서울을 아우르는 강행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유권자들을 향해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이셨던 수많은 국민을 생각했다"며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승리는 언제나 국민의 몫"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하던대로 위기 극복, 국민 뜻, 통합을 중시한 행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월 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처럼 후보나 선대위는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민주당 내부는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김승원 의원은 윤 후보와 조건없는 단일화를 내건 안 후보를 향해 "이렇게 쉽게 변하고 표리부동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이 될까"라고 부정적 관측을 내놓았고, 강병원 최고위원은 "윤석열 되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다고 하지 않았나,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라고 혹평했다.

양측 핵심 지지층이 사전투표 첫날인 4일을 기점으로 결집하는 가운데, 사전투표 투표율은 역대 최고 기록을 시시각각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투표 행렬에 갈피를 잡지 못했던 중도층과 부동층이 누구를 택할지가 최대의 변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본보의 취재에 "명분 없는 단일화에 대한 역풍이 불 것"이라며 "이미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했고 중도 부동층도 이재명 후보에게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 몇몇이 아니라 국민이 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현명한 집단지성이 통합정부-국민내각을 목표로 내걸은 이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과 같은 형태의 단일화는 효과를 발휘하기 매우 어렵다"며 "기존 유권자 층에서 5~6% 밖에 남지 않았던 안 후보 핵심 지지자들은 투표를 포기하거나 원래 더 가까웠던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기존 내세웠던 정치교체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며 "정권 교체 대 정권 재창출 구도가 다시 선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와 윤석열 간 단일화가 야합이란 것은 맞지만 이것이 중도층에게 먹힐 수 있도록 명분 없는 야합이라는 점을 남은 며칠동안 계속 공론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국민적 동의 얻지 못한 단일화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중도층을 비롯해 범여권 유권자들의 총결집을 호소하고 나선 이 후보가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남은 며칠간 다음 대통령이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