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6조 원 성장 전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 유망성이 높은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비만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유한양행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먹는 희귀 비만 치료제 'LR19021'를 개발 중이다. 이 후보물질은 식욕조절단백질(MC4R) 신호를 정상화 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현재 미국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신약 'YH34160'에 대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스트레스 자극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인 성장분화인자15(GDF15)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 억제 및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도 비만 및 당뇨 치료제로 'DA-1726'을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 회사의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이 약물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유망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32억 달러(4조 원)에서 2026년 46억 달러(한화 약 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비만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유병률은 1975년 이후 3배 증가했다. 또 미국 내 과체중은 인구의 2/3 이상, 성인의 1/3과 청소년의 20%가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건강보험평가심사원이 발표한 '2017~2021 영양 결핍과 비만 통계' 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 환자는 3만1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만4966명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숫자다. 

업계 관계자는 "서구화된 식습관은 물론 코로나19 사태 2년을 거치면서 야외 활동이 줄고 이에 따른 운동 부족, 야식 습관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비만 환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뇌혈관계질환, 각종 암 발생 등 사망 위험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선점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제약사들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가 세계 비만치료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의 경우 지난해 삭센다보다 약효 지속 기간을 늘린 '위고비'를 FDA로부터 허가 받으면서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굳힐 것으로 점쳐진다. 위고비는 1일 1회 투약해야하는 삭센다와 달리 주1회만 투약하도록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일라이릴리도 최근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에 대한 FDA의 허가를 획득하면서 시장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개발을 완주하고 시장에서 성과를 보려면, 매일 주사해야하는 삭센다보다 투약이 편리하면서 복약 순응도와 안정성이 뛰어난 의약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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