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준금리 최소 연 3.00% 도달할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은행의 수신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수신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이 더해지면서 한은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0.5%포인트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은행의 수신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수신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18조8970억원으로 7월달 말보다 6조4479억원 늘었다. 정기적금은 38조1167억원에서 38조7838억원으로 6671억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만 7조1150억원이 이들 은행으로 흘러들어온 셈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약 8개월간 수신 규모는 67조6442억원(690조366억원→757조6808억원)에 달한다. 반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 성격의 요구불 예금은 이달 1조762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이 치솟는 물가 안정을 위해 올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파월 의장이 고강도 금리인상 기조를 밝히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당분간 큰 폭의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 발언 후 시장에선 사실상 연준이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내달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간 금리역전 폭도 확대된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에 따른 미국 기준금리(연 3.00~3.25%) 상단은 한국(연 2.50%)보다 0.75%포인트 높아진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한은이 올 연말까지 두 차례 남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기준금리는 올 연말에 이르면 최소 연 3.0%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은행권 수신금리도 한동안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식 등에 쏠렸던 뭉칫돈이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중은행은 지난달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예금 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인상했다. 이달 25일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연 2.25%→2.50%)을 반영해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등에 투자했던 뭉칫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인상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역머니무브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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