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흐름 악화로 기업간 거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주춤한 모양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악화하면서 국내외 기업 간 기술수출도 위축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픽사베이

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바이오 기술수출 규모는 약 3조2000억 원으로 9건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 전체 계약규모 13조3000억 원의 20% 남짓한 금액이다. 또 2020년부터 2년 연속 10조 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크게 줄어든 규모다.

지금까지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기업은 상반기에 GC셀, 에이비엘바이오, 종근당바이오, 이수앱지스, 노벨티노빌리티, 제넥신, 코오롱생명과학 등 7곳과 하반기에 SK바이오팜과 티움바이오 2곳이 있다. 이들 중 1조 원 이상의 글로벌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일하다. 

먼저 GC셀은 지난 1월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Immuncell-LC)를 인도 리바라사에 기술수출 했다. GC셀은 이뮨셀엘씨의 임상시험 결과, 생산 기술, 품질시험법 등을 제공하고 리바라는 인도에서 생산 공장 건설, 이뮨셀엘씨의 임상시험 수행 및 인허가를 맡는다. 

에이비엘바이오도 같은달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 후보물질 'ABL301'를 사노피에 기술 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10억6000만 달러(1조 2700억 원)로 올해 이뤄진 계약 규모 중 가장 크다. 이번 계약으로 사노피는 글로벌 시장에서 ABL301를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종근당바이오는 지난 1월 홍콩 바이오 기업 큐티아 테라퓨틱스에 보툴리눔 톡신 '타임버스'(Tyemvers·보툴리눔 톡신 A형)를 83억2230만 원(7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 했다. 계약 기간은 중국 제품허가 후 15년이다. 판매 지역은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이다.

이수앱지스도 희귀질환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의 기술을 러시아 제약사 페트로박스에 수출하는 계약을 지난 1월 맺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내용은 양사 합의에 따라 비공개다. 파바갈은 2014년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한 파브리병 치료제다. 

노벨티노빌리티는 지난 2월 자가면역 질환 치료 후보물질 'NN2802'를 미국 발렌자바이오에 7억3325만 달러(8800억 원)로 기술 이전했다. NN2802는 비만 세포에 의해 유발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체 치료 기반의  후보물질이다.

제넥신은 올해 3월 인도네시아 제약사 KG바이오와 빈혈 치료제 'GX-E4'를 약 160억원에 기술 수출하는 계약을 했다. GX-E4는 EPO(적혈구 형성인자)를 제넥신의 hyFcTM 지속형 플랫폼 기술에 적용한 바이오베터 신약후보물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4월 싱가포르 주니퍼바이오로직스에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치료제 'TG-C'를 기술수출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TG-C 개발과 상업화를 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총 40개국에서 판매할 권리를 얻게 됐다. 계약금 규모는 5억 8717만 달러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중남미 제약사 유로파마에 이전했다. 총 기술수출 규모는 6200만 달러(약 810억 원)다. SK바이오팜은 향후 판매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계약에 따라 유로파마는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17개국에서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할 예정이다. 유로파마는 브라질에 본사를 둔 제약사로 중남미 전역에 영업망을 갖추고 중추 신경계 의약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지난달 자궁내막증 치료제 후보물질(TU2670)을 중국 한소제약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이달 체결했다. TU2670는 자궁내막증에 대해 유럽 5개국에서 임상 2a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금 규모는  개발·허가·판매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2208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기술수출 규모가 줄어든 이유로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금 흐름 악화를 요인으로 꼽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 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심화 등 글로벌 리스크가 가세하면서 국제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금 흐름 사정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후보물질을 도입에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며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개최되던 연례 학술행사들이 올해부터 속속 대면으로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추가 기술수출 소식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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