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컵 4강이 확정됐다.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이 무려 세 팀이나 4강에 올라, 한국 사령탑들의 잔치가 되고 있다.

3일 밤(이하 한국시간) '2022 AFF(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 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조별리그가 모두 끝났다. 이날 B조의 베트남은 미얀마를 3-0,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4-1로 꺾었다.

이로써 B조에서는 베트남이 승점 10(3승 1무)으로 조 1위, 말레이시아가 승점 9(3승 1패)로 조 2위에 오르며 나란히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미쓰비시컵 4강행을 이끈 박항서 베트남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이상 왼쪽부터). /사진=각국 축구협회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한국인 감독의 동반 4강 진출이 이뤄졌다.

하루 전 끝난 A조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조 2위로 4강에 합류했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팀이다. A조 1위로 4강에 오른 태국(알렉산드레 폴킹 감독, 브라질·독일 이중국적)을 제외한 이번 대회 4강 가운데 세 팀의 사령탑이 한국인 감독이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동남아시아 축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결승 대진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태국으로 정해졌다. 박항서의 베트남과 신태용의 인도네시아가 맞붙게 된 것이 관심을 끈다. 만약 말레이시아가 태국을 꺾고 결승에 오르면 다시 한국인 감독간 맞대결이 벌어지고, 대회 우승 감독도 한국인 감독이 되는 것이 확정된다.

박항서, 신태용, 김판곤 감독 모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할 각자의 이유가 있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미쓰비시컵이 베트남 대표팀을 지휘하는 마지막 대회다. 베트남과 5년 동행을 끝내기로 한 박 감독은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 역사에 남을 호성적을 거둬왔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우승이 필요하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박 감독은 지난 2018년 베트남을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재도전한다. 직전 대회였던 2020년 인도네시아를 결승까지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결승전에서는 태국에 져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신 감독은 난적 베트남과 박항서 감독을 넘어서야 결승에 올라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우승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은 새로운 '한류 감독 열풍'을 준비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2010년 대회 이후 우승하지 못하고 있는데, 김 감독이 팀을 지휘하자마자 12년 만에 우승컵을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인 감독들이 승승장구한 반면 일본인 감독들이 맡고 있는 팀들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히로세 류와 혼다 게이스케 감독이 함께 지휘한 캄보디아, 니시가야 다카유키 감독이 이끈 싱가포르는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준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린다. 베트남-인도네시아의 준결승전은 6일과 9일, 말레이시아-태국의 준결승전은 7일과 10일 각각 1, 2차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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