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생 죽이기 일관" vs 대통령실 "법안 내용 봐야"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 3법·쌍특검법·이태원특별법 순
포퓰리즘·갈등·친노조·반기업·방송 장악·정쟁화 등 독소조항 '뚜렷'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9번째 법률안이다.

이에 따라 1987년 현행 헌법이 개정되면서 '1987 헌법 체제'가 시작된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했다는 점이 최근 4주 사이에 재차 부각됐다. 그것도 임기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은 2023년 4월 양곡관리법부터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5월 간호법 제정안, 12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올해 1월 5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법), 1월 30일 이태원특별법까지 총 9건이다.

당장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은 민생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민생 죽이기로만 일관해 왔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을 놓고 '불통', '일방주의적'이라는 민주당의 공세도 여전하다.

   
▲ 윤석열 대통령(우측)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반면 대통령실은 "야당이 통과시키는 법안 내용도 고려해 달라"는게 공식적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법안의 독소조항 등 뒷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이에 대해 "쌀 생산이 과잉이 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고,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한 직후 농업인 단체 40곳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을 정도다.

간호법 제정안도 마찬가지다.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더러,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를 초래해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높았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당시 국무회의에서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며 물러설 수 없는 선을 긋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더 심각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적극 밀었던 노란봉투법의 경우,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

이는 기업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더러, 정당하지 않은 쟁의 행위도 면책해 불법 폭력 파업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선 노란봉투법에 대해 '파업조장법'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나설 정도였다.

여당의 집단 퇴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방송3법의 경우, 공영방송 3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 기존 대통령·여당에게 있던 이사 추천 권한을 학회·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시킨다.

5년 만의 정권 교체에 따라 공영방송 3사 지배권을 빼앗기게 된 야당이 도로 공영방송 3사 지배력을 찾아오기 위해 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셈이다. 방송3법은 정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당의 술수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다.

쌍특검법의 경우, 검찰 판단이 끝난 특정 사건을 다시 꺼내들어 민생과 무관하다. 또한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강행 처리한 시점이 4.10 총선을 치르기 직전이라, '특검'이라는 칼날 자체가 오용되기 쉽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하여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의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며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하여 친야 성향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 이태원특별법이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앞서 퇴장한 가운데, 재석의원 177명 중 찬성 17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마지막으로 이태원특별법에 대해서도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과도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특별조사위 구성 절차에 공정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며, 소요될 예산과 행정력이 막대하지만, 국민 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면서 재의 요구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10개월간 윤 대통령이 무려 9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각 법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숨겨진 배경이었다.

9건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각각 포퓰리즘, 직역간 갈등 초래, 친노조 반기업, 공영방송 지배력, 총선 직전 특정사건 조명, 참사의 정쟁화 등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제헌 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이자,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이는 자유를 파괴하려는 중우정치에 맞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기도 하다.

입법에 있어서 '거야' 민주당의 독주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또다시 행사하게 만들었다. 이번 4.10 총선에서 정리되기 전까지 이러한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