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삭센다·위고비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국내 제약사 성과 보려면 기존약 대비 차별화 필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 기업들이 시장 유망성이 높은 비만 치료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빅파마들이 출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 '위고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효용성과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등 다변화를 통해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국내 비만 치료제 개발 제약사 중 가장 앞서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BMI 수치가 서양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인에게 맞춰 개발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서양인 환자를 타깃으로 개발된 외국산 GLP-1 계열 약물이 주름잡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에페글레나이티드는 2016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다가 2020년 6월 반환 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당시 사노피는 6000여 명의 대사질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다 중단한 바 있다. 

또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차세대 비만 치료제 삼중작용제(LA-GLP/GIP/GCG, 코드명 HM15275)의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기도 했다. 회사는 HM15275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이어갈 차세대 비만약이라고 소개했다. 주요 연구 결과는 오는 6월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FDA로부터 비만 치료제 'DA-1726'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유사체 계열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 약물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유한양행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신약 'YH34160'에 대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스트레스 자극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인 성장분화인자15(GDF15)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 억제 및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유망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6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 1000억 달러(약 13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내 비만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최근 건강보험평가심사원이 발표한 '2017~2021 영양 결핍과 비만 통계' 에 따르면 3년 전인 2021년 기준 비만 환자는 3만1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만4966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매년 환자 수가 증가세인 만큼 현재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선점이 호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제약사들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삭센다'와 '위고비'가 세계 비만 치료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1일 1회 투약해야하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만 투약하도록 편의성을 높인 위고비의 경우 현재 미국 내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개발을 완주하고 시장에서 성과를 보려면, 위고비 보다 투약이 편리하면서 복약 순응도와 안정성이 뛰어난 의약품을 앞세워 전략적으로 시장을 공략해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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