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임기 만료를 맞이한 국책은행 수장들이 교체됐다. 새 행장들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 생산적 금융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내부출신 인사인 박상진 회장의 취임으로 안정화를 되찾았지만, 차기 경영진 선임 문제에 막혀 다시금 노사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은행도 직원 처우 개선에 지지부진하며 노사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연이어 내부출신 인사를 새 행장으로 맞이한 가운데, 기업은행도 김성태 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내부출신 인사 기용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국책은행 노조는 새 행장 선임 이후 직원 처우 및 임원 인사 개선을 요구하며 불만감을 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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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연이어 내부출신 인사를 새 행장으로 맞이한 가운데, 기업은행도 김성태 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내부출신 인사 기용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국책은행 노조는 새 행장 선임 이후 직원 처우 및 임원 인사 개선을 요구하며 불만감을 표하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수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제히 새 행장들을 맞이했다.
우선 산은은 전임 강석훈 회장의 3년 임기 이후 지난 9월 박상진 전 산은 준법감시인을 회장으로 맞이했다. 박 회장은 1990년 산은에 입행해 옛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기업구조조정·금융법에 정통한 정책금융전문가로 통한다.
수은도 지난달 신임 행장으로 황기연 전 상임이사를 제23대 수출입은행장으로 기용했다. 전임 윤희성 행장에 이어 설립 이후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다. 황 행장은 1990년 수은에 입행한 이후 서비스산업금융부장, 인사부장, 워싱턴사무소장, 기획부장, 남북협력본부장 등을 거쳐 2023년부터 상임이사로서 리스크관리, 디지털금융, 개발금융, 정부수탁기금 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두 은행이 내부출신 인사를 연이어 새 행장으로 기용함에 따라, 기업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기업은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성태 현 행장은 내년 1월 2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로선 연임보다 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6월 새 정권이 출범한 가운데, 앞서 두 은행이 기존 행장의 연임 대신 임기 만료 후 새 수장을 맞이한 까닭이다. 또 3년 간 순이익 증가 등 무난한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 1월 전·현직 직원의 882억원 부당대출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임원인사, 직원 처우 개선 등의 문제도 국책은행 노사갈등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본점 부산 이전'으로 잡음을 빚었던 산은의 경우, 박 회장이 직원과의 소통에 나서면서 다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내부출신 인사로서 최대 현안이었던 본점 부산 이전을 사실상 막아냈다는 기대감이 더해진 덕분이다. 하지만 노사화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박 회장이 본점 이전을 추진했던 임원들을 차기 경영진으로 선임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까닭이다.
노조에 따르면 강 전 회장 재임 당시 비서실장은 차기 수석부행장 후보로, 본점 이전준비단을 맡은 총괄 팀장은 차기 부행장 후보로 각각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본점이전을 추진한 인사로 분류돼 전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은 노조는 전날 오후부터 본점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까지 돌입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국가 금융경쟁력을 훼손하는, 이른바 '경제 내란'이었다"며 "본점 이전을 주도하며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자들이 나란히 경영진에 선임되는 건 마치 내란 세력이 다시금 활개치는 꼴이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직원 처우개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장회사이자 공공기관이기도 한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경쟁하면서도, 약 30% 낮은 임금, 시간외수당 체불, 성과급 미지급 등의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기재부의 예산총액한도 지침과 더불어 금융위의 입김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업무보고에서 김성태 행장에게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에서 "기업은행장은 효과 미비한 자구책 말고, '실제 해결책'을 제안하라"며 "금융위는 이번 새 기업은행장 제청 시, 금융위가 통제하기 쉬운 행장이 아닌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자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즉각 실천할 은행장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국책은행 세 기관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첨단전략산업 확대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고 미래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수단으로 금융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산은의 역량을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통한 생산적 금융 전환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지방산업 체질 개선 △전통산업에 대한 생산성 제고 및 산업구조 재편 지원 등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황 행장도 취임사에서 "미국의 관세정책과 미·중 간 첨단기술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며 "수은은 이제 단순한 수출금융기관을 넘어,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전략적 투자자, 통상위기 극복의 최일선 조력자,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촉진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성장동력 확보 △생산적 금융을 통한 통상위기 극복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현장성과 실행력 등을 큰 축으로 수은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중소·중견기업의 데스밸리 극복 및 스케일업 지원, 혁신·벤처 스타트업 육성 등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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