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K-뷰티 제조 인프라가 세계 화장품 설계와 생산의 중심이 되면서 글로벌 표준으로 격상하고 있다. 과거 시장을 주름 잡던 유럽의 전통적 위상을 밀어낸 자리에 K-뷰티 제조 공정이 들어서면서 '뷰티판 TSMC' 시대가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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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맥스 본사 전경./사진=코스맥스 제공 |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ODM(연구·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는 지난해 매출 2조3988억 원을 기록하며, 세계 2위인 이탈리아 인터코스(약 1조5300억 원)와의 매출 격차를 8000억 원 이상으로 벌렸다. 샤넬·디올 등 명품 뷰티의 상징이었던 인터코스가 역성장하는 사이 코스맥스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속도를 앞세워 뷰티 산업의 운영 체제를 장악했다는 평가다.
특히 코스맥스는 최근 인수한 이탈리아 ODM 기업 케미노바를 통해 럭셔리 뷰티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정화를 거쳐 오는 6~7월경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케미노바는 코스맥스의 글로벌 패권 확장의 핵심 기지가 될 전망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메이드 인 이태리' 프리미엄 제형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로레알·에스티로더·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 고객사들에게 현지에서 제품을 신속히 조달하는 '로컬 투 로컬' 공급망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조사를 통해 케미노바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최적의 경영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기세도 매섭다. 한국콜마의 지난해 화장품 부문 ODM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약 1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선케어 제품 4개 중 1개가 한국콜마의 기술력에서 나온다. 이 러한 고난도 제형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는 시장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K-뷰티 제조 업체들의 위상은 이제 '뷰티판 TSMC'로 불릴 만큼 공고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화장품 수출액 중 중소·인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하며, 산업의 중심축은 이미 대기업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의 인디 브랜드로 이동했다.
생산 시설이 없는 이들 브랜드가 사실상 100% 한국 ODM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마케팅은 브랜드가, 개발과 생산은 제조사가 전담하는 플랫폼이 정석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과 틱톡 등에서 급부상한 해외 현지 브랜드들까지 대거 한국행을 택하며 K-제조 인프라는 글로벌 화장품 생산의 전진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질적 성장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국내 법인 영업이익률은 각각 10.1%, 12.5%를 기록하면서 두 기업 모두 10%의 벽을 넘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제조사를 넘어 독자적인 지식재산권(IP)을 제안하고 기술료를 받는 고부가가치 플랫폼으로 체질 전환을 이뤄냈음을 보여준다.
수익률 5% 안팎의 일반 제조업 틀을 깨고 10% 이상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은 K-뷰티 제조 인프라가 단순 하청을 넘어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브랜드사가 제조사의 공정과 레시피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구조적 역전 현상이 숫자로 입증된 셈이다.
향후 시장 전망성도 밝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패션·뷰티 등 K-컬처 관련 산업에 28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 K-뷰티를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국가 전략 수출 품목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관련 산업은 장기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뷰티 산업의 표준을 수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인프라는 이제 전 세계 뷰티 시장이 가동되기 위한 필수적인 플랫폼이 됐다”며 "기업의 집중 투자와 기술 패권이 결합해 글로벌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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