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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연 정치부 기자. |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이 구역질 나는 벽 안에서 평생 나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속 주인공 '에렌 예거'는 거인에게 둘러싸인 거대한 성벽 안의 삶을 거부한다. 그들에게 벽은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라, 바깥세상(자유)을 포기한 이들의 수용소였다.
지금의 국민의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세 겹의 성벽(월 마리아, 로제, 시나) 안으로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 가장 안쪽 좁은 방에 스스로를 가둔 인류의 모습과 겹쳐진다.
■무너진 '수도권·중도'라는 1차 성벽
한때 보수 정당은 전국구 정당이었다. 수도권이라는 넓은 영토에서 승부를 걸었고, 중도층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며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했다. 하지만 지금 지도 위에서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이미 수도권과 2030 세대라는 1차 성벽은 무너진 지 오래다.
성벽 밖 거인이 두려워진 이들은 변화와 혁신 대신 '안전한 성벽' 안으로 숨어들었다. '우리끼리만 뭉치면 된다'는 영남 중심의 견고한 논리는 역설적으로 보수의 영토를 가장 좁은 섬으로 축소 시켰다.
■ '조사병단'은 사라지고 '헌병단'만 남은 정당
'진격의 거인'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는 벽 밖으로 나가 거인과 싸우는 '조사병단'이다. 그들은 피를 흘리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 정당으로 치면 험지에 몸을 던져 중도층을 설득하고 쓴소리를 마다 않는 혁신가들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 조사병단의 깃발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성벽 안쪽에서 기득권을 지키며 내부 검열에만 몰두하는 '헌병단'의 목소리만 가득하다. 당 내 이견을 반역으로 몰아세우는 사이, 성벽 밖 대중과의 연결 고리는 완전히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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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3주차 정당지지도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리얼미터 |
■ '바다를 보고 싶다'는 갈망을 잃은 보수
주인공들이 목숨을 걸고 성벽 밖으로 나갔던 이유는 단 하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유의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정당의 바다는 곧 '집권'이며 집권의 동력은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적 가치에서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는 바다를 잊은 듯하다. 국민의힘은 좁아진 영토 안에서 '누가 더 선명한 보수인가'를 겨루는 감별사들만 득세한다. 지도는 점점 작아져 이제는 '영남'이라는 작은 섬 하나만 남을 위기다.
■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작품 속 명대사처럼, 국민의힘이 지금의 성벽을 스스로 부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내일의 지도는 없을 것이다. 지도에서 지워지는 빨간색은 단순히 지지율의 하락이 아니라 보수 정당의 '존재 이유'가 지워지고 있다는 준엄한 경고다.
국민의힘이 자문해야 할 질문은 하나 뿐이다.
'우리는 성벽을 부수고 바다를 보러 갈 의지가 있는가?'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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