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보증금 부담에 강남권도 단독 입찰 속출하며 수의계약 대세 형성
전략 요충지는 몰카·서류 유출 등 과열 양상, 패배 시 매몰비용 리스크 부담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최근 서울의 대형 정비사업 시장에서 시공사 선정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조용하게 끝나는 사업장이 상당수인 반면, 입찰 경쟁이 붙으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은 압구정3구역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1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내 대형 정비사업장에서 단독 입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장 먼저 올해 최고 사업지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 재건축에 삼성물산의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압구정4구역 조합은 지난 11일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데 이어 오는 5월 2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 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건설사다. 또한 삼성물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차 재건축에서도 지난 11일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지난 10일 마감된 시공사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조합은 조만간 재입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다른 건설사가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유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GS건설은 지난 1월 송파한양2차 재건축을 단독입찰로 따낸 데 이어 개포우성6차, 서초진흥 등 강남권 재건축과 공사비 2조 원 규모 성수1지구에서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주요 핵심 정비사업지임에도 수의계약이 잇따르는 이유는 경쟁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알짜배기 사업지라도 경쟁사가 먼저 공을 기울이는 등 여러 이유로 수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무리한 저가수주로 이어져 결국 손해만 볼 수 있게 된다. 

막대한 입찰보증금도 부담이다. 거액의 보증금이 입찰 문턱을 크게 높였다. 압구정3구역의 경우 입찰보증금만 해도 2000억 원(현금 1000억 원, 입찰이행보증보험증권 1000억 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형건설사로도 1000억 원 이상의 보증금 마련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차후 추가 수주가 가능한 요충지 등 반드시 따내야 하는 사업장들은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수주하겠다는 자세다. 

이로 인해 성사된 경쟁 입찰에서 최근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참여한 압구정5구역에서는 상대방의 입찰서류를 몰래카메라로 무단 촬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뛰어든 신반포19·25차에서는 조합에 제출한 계약서가 외부로 반출돼 논란이 불거졌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은 성수4지구에서는 두 건설사의 홍보 위반과 조합의 절차 위반으로 인해 입찰이 무효화 되는 일도 나왔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입찰에서 패할 경우 홍보비 등은 매몰비용이 되는 데다 향후 다른 정비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때문에 건설사들은 수의계약을 위해 노력하되 경쟁 입찰이 벌어진다면 무조건 이기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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