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드 서초'서 올해 첫 만점자 등장…4인 가족 15년 무주택도 당첨 '글쎄'
전문가들 "청약 가점제 손질은 미봉책…분상제 개선·공급 확대 함께 이뤄져야"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일대 분양 단지에서 청약 만점 또는 만점에 육박하는 당첨 가점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수십억 원 현금을 손에 쥐고 있어도 청약 가점이 충분하지 않으면 당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만큼 이들 지역 청약 장벽은 더 높아졌다. 

   
▲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의 청약 가점이 만점 또는 만점에 육박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첫 청약 만점(84점) 당첨자가 '아크로드 서초'에서 나왔다. 2가구 모집인 59㎡C(이하 전용면적)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아크로드 서초는 최소 17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단지로 이달 초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최대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대 17점), 부양가족 수(최대 35점)를 합산해 산정한다. 만점은 84점이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역시 이달 분양한 '오티에르 반포'에서도 1순위 일반공급 당첨 커트라인은 대부분 만점에 근접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5가구 모집에 3114명이 몰려 6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44㎡의 경우 최고 79점·최저 74점을 기록했다. 전체 12개 평형의 당첨 최고 가점 모두 70점 이상에 달했다. 최저 가점은 69~74점에 형성됐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에서도 청약 당첨 가점 최고 82점이 나왔다. 용산구 '이촌르엘' 역시 1순위 청약에서는 당첨 최고 가점 74점, 최저 가점은 69점으로 집계됐다. 69점은 4인 가족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외 부양가족 3명(20점)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점수다.

이처럼 강남권 청약은 대출 규제로 수십억 원의 현금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는 데다, 그마저도 만점에 가까운 가점 없이는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오랜 무주택 기간과 대가족 구성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갖춘 극히 제한된 수요자만이 청약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청약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가 실수요자보다 특정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양가족 수 요건 폐지 등 청약통장 납입금액을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청약제도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과거에도 점수 배분 비율을 바꾸거나 청년 신혼 특공을 늘리기도 했지만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청약 만점이 나오는 강남3구와 용산구는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으로 인한 이른바 '로또청약' 지역이다. 당첨만 되면 인근 시세보다 수억 원 이상의 확정 차익을 얻을 수 있기에 사람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편과 함께 분상제 전반을 함께 손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상제로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분양가가 당첨과 동시에 확정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청약 가점제 손질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으며, 채권입찰제 도입 등을 통해 시세와 분양가 차익을 정부가 환수해 주택기금으로 활용하거나 정비사업에 한해 분상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급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은 없는 물량을 어떻게 나눠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강남권은 물량 부족에 분상제까지 겹치면서 로또 청약을 노리는 수요가 계속 누적되고 있어 공급 확대가 근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양 물량이 충분히 확대되지 않는 한 청약제도를 아무리 손봐도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