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실란트·아스콘 부족에 일부 공종 차질…정부도 단가 반영·공사 시기 조정 검토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중동 상황에 따른 건설자재 수급 불안이 공사비 부담을 넘어 공정과 준공 일정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건설현장 리스크의 중심이 ‘원가’에서 ‘공정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자재 가격 상승보다 자재 반입 차질이 공정 중단과 공정 순서 조정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비용 대응과 함께 일정 관리 부담까지 커지는 모습이다.

   
▲ 자재 불안이 공사비를 넘어 공정 리스크로 확산되며 현장 대응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국 5개 지방국토관리청을 통해 자재 생산공장과 주택·건축·도로 현장 등 총 274곳을 대상으로 건설자재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 대상은 레미콘 혼화제, 아스팔트뿐 아니라 단열재, 창호, 접착제, 실란트 등 마감 공정에 쓰이는 자재까지 포함됐다.

점검 결과 공사 전체가 중단된 현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일부 공종에서는 차질이 확인됐다. 단열재·방수재·실란트·아스콘 등 일부 자재 부족으로 특정 공정이 일시 중단됐고, 현장에서는 다른 공정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재 수급 문제가 공사비를 넘어 실제 공정 운영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특히 아스콘은 이번 자재 수급 불안의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아스콘은 도로 포장에 쓰이는 핵심 자재로, 원료인 아스팔트 생산이 줄면서 지난 3월 공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역시 중동 변수 이후 20~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팔트는 아스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격 영향도가 높아 도로 공사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마감재도 공정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단열재, 접착제, 실란트 등은 후속 공정과 직접 연결돼 있어 공급이 지연될 경우 도장, 마감, 설비, 검수 등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 자재 반입이 늦어질 경우 공정 순서를 조정하거나 작업 일정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래 정부 대응도 공사비 관리에서 공정 관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통해 건설자재 수급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격 조정이 필요한 품목은 공사단가에 반영하는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 역시 건설현장 비상경제 TF를 중심으로 주요 자재 수급과 가격 동향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일부 자재에 대해서는 공사 시기 조정도 검토되고 있다. 아스팔트 수급과 관련해서는 긴급하지 않은 공사의 시기를 조정하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수요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재 대응이 단순한 가격 보전이나 물량 확보를 넘어 공정 운영과 일정 조정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자재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공정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다른 공정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정 중단을 막고 있지만, 특정 자재 부족이 반복되거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공정 순서 조정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재값이 오르면 공사비 문제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재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공정 자체가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비용 관리보다 일정 관리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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