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광 뒤에 찾아온 기업 존폐의 위기… 광주 학동·화정동 사고의 기록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전부를 거는 것" 정몽규 회장이 사사에 밝힌 고뇌
부실시공 리스크 정면 돌파… '속도'에서 '안전과 품질'로 패러다임의 전환
[미디어펜=조태민 기자]호화로운 초고층 랜드마크를 올리고 승승장구하던 HDC현대산업개발(현 IPARK현대산업개발)의 행보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약 7개월 만인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아이파크' 브랜드 신뢰도가 한순간에 무너진, 기업 역사상 가장 어두운 순간이었다. 

올해(2026년) 발간된 50주년 사사《결정의 순간들》전반부는 성공의 기록으로만 채워지기 마련인 일반적인 사사의 관례를 깨고, 기업을 위기로 몰고 갔던 이 사고의 기록과 참회를 정면 배치했다.

   
▲ 사고 이후 정몽규 회장은 창사 이래 최대의 비판에도 숨지 않고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숨지 말고 전부를 걸어라"… 총수가 마주한 책임
사고 직후 현대산업개발은 창사 이래 최대의 비판과 마주해야 했다. 여론의 뭇매는 물론 건설 면허 취소까지 거론되는 위기였다. 주변 참모들은 법적 책임 공방을 따지며 소송으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의 결단은 달랐다. 사사 《결정의 순간들》에서 저자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복기한다. "위기 앞에서 어물어물 덮으려는 유혹을 가장 경계해야 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적당히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부를 거는 것이다." 정 회장은 즉시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하며 책임 경영을 선언했고, 단기적 손실을 따지지 않고 '화정 아이파크 8개 동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막대한 비용 손실과 공기 지연을 감수하더라도, 무너진 '안전의 가치'를 바닥부터 다시 세우지 않으면 백년기업의 미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 '속도 경영'의 맹점을 깨닫다: 건설업의 본질로의 회귀
사사에서는 이 사건들을 통해 IPARK현대산업개발이 오랫동안 쫓아왔던 '성장 중심주의'의 맹점을 반성한다. 압축 성장 시기부터 민간 디벨로퍼로 도약하기까지, 현장을 지배했던 핵심 키워드는 '조기 완공'과 '비용 절감'이었다. 하지만 광주의 사고는 건설업의 본질이 '얼마나 높고 화려하게 짓느냐'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담는 공간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느냐'에 있다는 경고였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전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구조 안전 결함 조사 체계를 다시 세웠다. 최고안전책임자(CSO) 도입,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시공혁신단 운영, 건축물 구조 설계 기준 상향 등 내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사사는 "그동안의 영광은 모두 신기루였을 뿐이며, 광주의 아픔은 우리에게 건설의 기본(Base)으로 돌아가라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사명을 IPARK로 변경하며 현장 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참회를 딛고 일어서는 백년기업의 숙명
IPARK현대산업개발의 사사에 담긴 광주의 기록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에 대한 변명이 아니다. 기업의 과오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주주와 국민에게 전달하는 공식적인 서약이다. 화려한 마천루를 자랑하던 해운대 아이파크의 영광 뒤에 있던 부실시공 리스크를 겪으며, 이들은 단기 재무제표의 숫자보다 '신뢰의 축적'이 더 무거운 가치임을 깨닫게 됐다. 이 성찰과 체질 개선의 과정은, 결국 올해 사명을 변경하며 현장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주춧돌이 된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