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장벽 낮은 빙수로 5성급 호텔 공간·서비스 경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특급 호텔의 여름철 대표 식음(F&B) 상품인 10만 원대 애플 망고 빙수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트렌드에 힘입어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 제주신라호텔이 선보인 ‘쁘띠 애플망고 빙수’./사진 호텔신라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시그니엘서울이 올해 4월 20일 개시한 애플망고빙수의 판매량은 지난 6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와 달리 마스카포네 치즈 소스를 빙수에 추가하는 등 메뉴 경쟁력을 높인 한편, 2030 세대 중심으로 확산한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신라호텔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일 애플망고빙수 최대 판매량인 100그릇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 빙수의 원조로 불리는 신라호텔 망고빙수는 1~2시간 가량 대기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렇듯 주요 5성급 호텔 라운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빙수는 10만 원을 훌쩍 넘으면서 매년 가격 인상 또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가 논란과 달리 호텔 입장에선 수익성이 크게 높지 않은 품목이기도 하다. 크기와 당도를 깐깐하게 선별한 제주산 프리미엄 애플망고 원물 가격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빙수 세팅을 위해 투입되는 가공 인건비, 고급 식기 감가상각, 호텔 라운지 평당 공간 점유 비용까지 더하면 수익성은 더욱 낮아진다는 게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라운지 특성상 테이블 회전율도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급 호텔들이 빙수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는 스몰 럭셔리 수요를 추구하는 소비 심리를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 십만 원대에 달하는 객실 투숙은 부담스럽지만, 10만 원대 빙수 소비를 통해 5성급 호텔의 프리미엄 서비스와 공간을 향유하려는 수요를 정조준한 것이다.

아울러 F&B 전반의 매출을 견인하는 연계 매출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빙수 단일 품목으로는 이윤이 적더라도, 라운지로 유입된 고객이 대기 시간 등을 활용해 커피나 베이커리 등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F&B 상품을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유도하는 미끼 상품 역할을 수행한다는 분석이다. 

   
▲ 시그니엘 서울 시그니처 망고 빙수./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결국 10만 원을 호가하는 특급 호텔 빙수는 단순 고가 식음 메뉴를 넘어, 신규 고객 유입과 비객실 부문 실적을 견인하기 위한 공간 마케팅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가의 호텔 빙수 수요가 지속되는 현상을 '앰비슈머'(양면적 소비자· Ambisumer)로 분석했다. 과거의 불황이 전방위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면 최근 소비자들은 한정 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양면적 소비 행태를 보이며 유형 지도를 재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불황기에 저렴한 사치품을 구매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립스틱 효과'가 물리적 재화가 아닌 공간과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라며 "이러한 양극화된 소비 심리가 맞물리면서, 수십만 원에 달하는 숙박 대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10만 원대 빙수를 통해 5성급 호텔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향유하려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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