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법적 근거 마련…홍콩 '가변 배율' 모델 참조해 탄력 대응
전문투자자 제한 대신 '실기 중심 모의거래' 적용…소액·고액 투자자 이중 차단
금융위기·코로나 당시 사례 복기…시장 유동성 과열 완화 대책 연속 투입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로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으로 대응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달 16일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30일 발표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달 24일 자산운용사 운용 역량에 따라 사전 기준 설정·공시 등을 거쳐 상장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 조정을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별도의 법령 개정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현재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배율을 낮추는 방안이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2배인) 배율을 낮출 경우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수익자총회나 투자자 부분을 어떻게 고려할 거냐는 법안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시장 안정화나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있는 긴박한 상황이 있을 경우 현재 2배로 설정된 배율을 하향 조정할 수 있도록 반영될 수 있다. 현행법상 수익자 이익과 직결된 사항은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 때문에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자총회는 출석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는데, 배율 조정 문제도 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도 지난달 16일 첫 대책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 2배로 출시된 상품을 1.5배로 낮추기 위해서는 수입자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주주총회보다 더 힘들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개정안에서 조치 기한은 상한으로, 배율은 하한선으로 설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대응 여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애초 배율 조정이 상품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던 분위기였으나, 홍콩이 배율 조정 제도를 도입하고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거래제한 또는 정지까지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5년까지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한 바 있다. 다만 이는 주식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도인 만큼, 특정 종목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경우 포괄적 조치권의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을 방을 수 있다. 

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시장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조치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이번 대책의 중심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이지만 다른 대상까지 포함할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혼란 시 긴급조치를 통해 안정을 가져왔던 사례도 살필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증시 변동성이 극심했던 전례를 들여다보고 당시 정부가 필요하다고 봤던 조치 중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투자한도 설정과 모의거래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한도 설정은 업계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증권사가 계좌별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데, 당국은 쏠림 방지를 위해 20% 수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증권사마다 한도가 다르면 한도가 더 높은 곳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한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가 소액 투자자 진입을 염두에 뒀다면, 투자한도 설정은 거래금액이 비교적 큰 투자자를 겨냥한 성격이 있다. 또한 기존에 시행 중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 교육이 '이론'에 초점을 맞췄다면 모의거래는 '실기'에 가깝다. 선물 파생이나 공매도 투자 시 모의거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을 레버리지 상품에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린 예탁금의 추가 상향도 고려하고 있다. 시스템은 이미 갖춰진 상태라 필요하다면 비교적 쉽게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000만 원 미만 계좌가 대다수인 만큼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일단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예탁금 상향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거래대금이 전날 '4분의 1' 수준 급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목(인버스 포함)의 거래대금은 약 3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12조4000억 원)의 4분 1, 29일(15조 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거래대금이 적었던 지난 27일(7조4000억 원)과 28일(8조2000억 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편 정부는 전문투자자에게만 거래를 제한하자는 시장 일각의 주장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공모를 통해 발행한 상품인 만큼 전문투자자만 거래하도록 제한하면 상품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자세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