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용산공원②]오염정화만 수년 걸리는데…아파트 '신속 공급' 정말 맞나
입력 2026-08-26 10:27:10 | 수정 2026-08-26 10:34:01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기준치 36배 오염물질 검출에도 '흙 덮기'만…아파트 건설 시 토양 정화 필수
캠프킴 사례처럼 수년 지연될 수도…6배 크기 어린이정원 '속도전' 가당치 않아
시장 불안 속 '보여주기식 무리수'…지지부진 공급대책에 마음만 조급해진 정부
캠프킴 사례처럼 수년 지연될 수도…6배 크기 어린이정원 '속도전' 가당치 않아
시장 불안 속 '보여주기식 무리수'…지지부진 공급대책에 마음만 조급해진 정부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부가 지난 8·13대책을 통해 주택공급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서울 한복판 용산공원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용산공원에 최대 2만 가구를 짓겠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시는 물론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연 정부의 장담대로 용산공원에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할까. 미디어펜은 △정부의 일방적 추진 절차와 특별법 취지 훼손 논란 △수십 년간 미군기지로 사용되며 쌓인 토양오염 실태와 정화에 소요될 시간·비용 문제 △현장 취재로 확인한 시민들의 반응 등을 짚어보며 용산공원 주택공급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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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어린이정원 내 잔디정원 뒤로 국방부 등의 건물이 보인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
◆'용산어린이정원 2만 가구 공급' 외치는 정부...땅 속은 중금속 범벅
정부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300만㎡ 용산공원 부지 중 용산어린이정원 30만㎡에 최대 2만 가구를 지으려 하고 있다. 정부는 용산공원을 가리켜 "신속하게 대량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물이 존재한다. 용산공원 부지가 오랜 기간 미군기지로 쓰이면서 기름 유출 등으로 인해 각종 위해물질에 오염됐다는 점이다.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용산공원 내 주택건설에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는 이유다.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토지 오염 기준은 용도에 따라 1·2·3지역으로 나뉜다. 사람이 오래 머물거나 아이들이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주거와 공원 등은 가장 엄격한 1지역으로 분류된다.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용산어린이정원이 들어선 장군숙소지역·스포츠필드·야구장부지의 오염도는 심각했다. 1지역 기준으로 스포츠필드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36배 검출됐다. TPH는 토양 중에 존재하는 제트유, 등유, 경유, 벙커C유, 윤활유, 원유 등 유류 성분의 총량을 나타내는 오염 지표다. 장군숙소에서는 TPH 29.3배, 아연 17.8배가 확인됐다. 야구장부지는 TPH 8.8배, 비소 9.3배로 측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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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A4a 구역 다이옥신 검출 결과./자료=한국환경공단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A4a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 | ||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검출됐다. 대표적인 곳이 미군 가족 숙소·학교·수영장이 있던 생활공간으로, 현재는 용산어린이정원의 분수정원이 들어선 사우스포스트 A4a 구역이다. 군사시설이 아닌 주거·교육시설이 밀집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조사 지점 43곳 중 8곳에서 1지역 기준을 초과했고, 최고농도는 기준치의 약 34.8배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용산어린이정원은 정화 작업 대신 흙을 15cm 이상 덮고 잔디를 심어 노출을 막은 '위해성 저감조치'만 취한 뒤 개방한 상태다. '공원'이 아닌 '정원'으로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정화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용산공원 내 주택 건설을 비판하면서 "(용산공원 부지)는 미군이 주둔하며 일으킨 기름 유출 사고로 광범위한 땅이 오염됐다"면서 "공원이나 주택 조성을 위한 토양 오염 기준에 맞는 정화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전체가 반환되지도 않아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상태 자체가 아니고, 오염이 있기 때문에 공원을 만들든 주택을 짓든 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게 순리"라며 "그런 이야기는 쏙 빼놓고 주택 공급만 계속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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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공원 부지 현황. 30만㎡인 용산어린이정원(진한 녹색)에 비해 캠프킴(서쪽 옅은 노란색)은 4만8400㎡에 불과하다./사진=연합뉴스 | ||
◆공공주택 짓겠다는 캠프킴이 보여주는 용산공원의 '미래'
정화 작업에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지금껏 대구, 춘천, 원주 등 미군기지 반환지역 토양오염정화 작업은 수년이 걸렸다. 인허가 신고와 시설물 철거·폐기물 처리 등의 준비 단계, 실시설계, 오염 토양 굴착 및 되메움·토양 정화·지하수 정화 등의 본 작업, 사후 검증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환된 미군기지 터에 공원, 주거, 도서관, 문화시설 등의 공공시설 단지를 조성하려던 계획들은 반환 일정 지연, 정화 작업에 드는 비용과 시간 문제로 난항을 겪어왔다
특히 캠프킴이 용산공원의 미래를 가늠하는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용산기지 서쪽에 위치한 캠프킴은 2020년 12월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4만8400㎡ 규모 땅이다. 정부는 2020년 8·4대책을 통해 이곳에 공공주택 31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6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문화재 발굴과 토양오염 정화 작업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아직 착공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캠프킴의 6배가 넘는 면적이다. 물론 오염의 정도와 종류는 구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단순 면적만 놓고 봐도 정화작업에 훨씬 더 긴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토지오염 정화 전문가이자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인 장윤영 광운대 교수는 해당 절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짚었다. 장윤영 교수는 "환경영향평가만 통상 1년, 주민 공청회 등을 포함하면 2년은 기본으로 지나간다"며 "그 과정에서 오염이 확인되면 정밀조사에 최소 6개월, 정화 방식을 결정하는 심의에 다시 1년, 정화 이행 기간이 통상 2년에서 잘 풀려야 5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산 같은 경우는 일제강점기부터 계속 사용돼 온 부지이기 때문에 굴착 과정에서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안전을 위해서는 용산어린이정원뿐만 아니라 정원을 둘러싼 용산공원 전체를 조사 및 정화할 필요가 있다. 대구 미군기지 캠프워커 정화 작업을 오랫동안 관여 해온 대구 안전사회시민연대(안실련)의 이정진 공동대표는 "현재 반환받은 캠프워커 부지는 정화를 마친 뒤 도서관도 짓고 도로도 냈고, 지금도 기준치 이하로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돌려받지 못한 부지와 연결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고자 차폐막(차수벽) 설치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처음부터 아파트 부지는 물론 주변 지역에 대한 완벽한 조사가 필요하다. 장윤영 교수는 "전체 오염 부지에서 일부만 떼어내 아파트를 짓는 경우는 드물다"며 "바깥쪽 인접 부지에 대해서도 위해성 평가를 거쳐, 오염된 지하수가 정화 구역으로 흘러드는지까지 조사해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어린이정원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당장 막대한 정화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조' 단위까지 비용을 추산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 다른 미군기지 정화작업 사례를 고려한 것이다.
게다가 정화를 마친 뒤에도 오염물질이 다시 발견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007년 반환받은 춘천 캠프페이지는 약 3년간 정화작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2021년 민간검증단의 정밀조사 결과 TPH 오염이 최대 47배, 지하수 오염이 최대 29배에 달했고, 이 중 70%가 과거 '정화 완료' 판정을 받았던 지역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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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곁가지'에 쏠린 관심, 정작 '몸통'은 뒷전...지지부진 주택공급에 조급한 정부
이처럼 용산공원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신속'한 주택공급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협조를 받아 용산공원 내 주택 건설이 가능하도록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와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인만큼 서울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공간"이라며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특별법 제정 취지 자체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용산공원 주택공급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면서 해당 계획이 주택공급에서 차지하는 정책적 비중에 비해 과도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공급 정책의 몸통은 연간 수도권 27만 가구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는 140만 가구 계획인데 정작 목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몸통 규모에 비해 2만 가구에 불과한 용산공원 아파트 공급은 '곁가지'라고 할 수 있다. 몸통만 제대로 손 본다면 곁가지는 건드릴 필요가 없다.
용산공원에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해서 시장에 미칠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임대주택은 회전이 되지 않는 물량이라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안정 효과가 있다 해도 1~2년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 정도 효과를 보자고 용산공원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어야 할 값어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건설과 정화 비용으로 3기 신도시의 분양가를 낮추거나 교통수단 강화 등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1·29 공급대책을 통해 내놓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노원 태릉CC 등 유휴부지 개발도 속도가 나지 않고, 공급부족 우려 속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치고 절차적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인상이 강하다는 비판에도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