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용산공원③-현장]근조화환 용산어린이정원…여론 밀린 정부, 일단 후퇴
입력 2026-08-27 10:40:40 | 수정 2026-08-27 10:41:43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아파트 공급 움직임에 여론 악화
입구에는 근조화환·방문객들도 "이해가 되지 않아" 갸우뚱
"정비사업이나 풀어줘라"…인근 이촌동 등 용산 주민들도 성토
김윤덕 장관 "원래 계획 없었다"면서도 실행 가능성 열어놔
입구에는 근조화환·방문객들도 "이해가 되지 않아" 갸우뚱
"정비사업이나 풀어줘라"…인근 이촌동 등 용산 주민들도 성토
김윤덕 장관 "원래 계획 없었다"면서도 실행 가능성 열어놔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여기를 밀고 아파트를 짓는다는 거잖아. 잘 만든 공원인데 그건 아닌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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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어린이정원 앞 보도에 세워진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 반대 화환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햇볕이 뜨거웠던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앞 보도에 세워진 수십 개의 근조화환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선 한 여성 방문객은 함께 온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용산어린이정원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이곳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 14일 용산공원 내 아파트 건설 계획을 알렸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아 조성 중인 용산공원 300만㎡ 중 30만㎡인 용산어린이정원이 후보지로 꼽혔다. 이곳에 용적률 500% 이상 초고층 개발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아파트를 최대 2만 가구까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견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는 입구 앞에 일렬로 길게 늘어선 근조화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화환에 걸린 리본에는 "어린이공원은 어린이에게", "아이들의 놀 권리와 미래 권리를" 등등 다양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정문 앞 한마음공원 앞에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어린이정원 사수 궐기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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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정원 안을 거닐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
용산어린이정원 방문객들도 정부가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세운다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방문한 30대 여성 2명은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세울 거라는 뉴스는 봤다"면서도 "정작 대상지가 여기였는지는 몰랐다"고 답했다.
이 중 한 명은 탁 트인 대형 잔디밭을 바라보면서 외국 공원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장소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복잡한 서울숲보다 훨씬 나은 것 같고 전철역과도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굳이 잘 조성된 곳에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산악회 회원이라는 노인 20여 명이 이곳을 찾아 둘러보며 사진을 찍기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용산어린이정원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찾아오는 휴식 공간으로 충분히 기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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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삼각지역 인근 낡은 삼각맨션./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
◆황당한 용산 주민들 "정비사업은 막으면서 공원은 없애겠다니"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 계획은 서울시와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용산공원 인근 주민들도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용산공원 아파트 예정지에서 남쪽에 자리한 동부 이촌동 주민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60대 남성은 "처음에 반환받은 미군기지에 공원을 짓는다고 했을 때 아파트 등 개발을 하자는 주장도 거세 상당히 시끄러웠던 걸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이어 "간신히 공원으로 합의봤는데 이제와서 아파트를 짓는 게 말이 되냐"며 "이럴 거면 처음부터 그러던가 갑작스럽게 이게 뭐냐"라고 어이없어 했다. 또 다른 남성도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옆에 수십 층짜리 아파트가 생긴다면 상당히 보기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용산공원은 오염정화도 제대로 못 한 상태인데 괜찮겠나"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도 짙었다. 이촌동 내 한 공인중개사는 "젊은 사람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모르겠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용산공원 소식을 듣고 정부를 성토하기 바쁘다"며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임대아파트가 코 앞에 들어선다는 데 누가 좋아하겠냐"고 전했다. 동부 이촌동은 한강맨션·한강삼익 등 재건축과 건영한가람, 이촌 우성을 비롯한 리모델링 등 상당수 단지가 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용산 내 또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 주출입구에서 북쪽으로 1㎞ 가량 떨어진 삼각지 인근 한 주민도 "이곳은 오랜기간 미군기지 등으로 인해 개발이 쉽지 않았다"며 "정부가 정비사업 지원에는 소극적이면서 정작 용산공원에는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니 차별을 받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는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에서 한발 물러섰다. 미디어펜이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하루 뒤인 26일 김윤덕 장관은 오세훈 시장과의 2차 회동을 앞두고 "7만3000가구+α 규모 추가 신규 택지에 용산공원은 원래부터 없었다"며 공식화했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용산공원 아파트 공급계획은 일단 수면 위로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주택 공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훼손된 부지를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