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창간 15주년 특별기획⑦]AI가 설계하고 로봇이 짓는다…건설업 경쟁력도 달라진다
입력 2026-11-02 10:14:22 | 수정 2026-11-02 10:22:33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세계 건설업 생산성 22년간 10% 증가 그쳐…AI로 설계·공정관리 혁신
국내 스마트건설 실증 확대…공사비·공기 줄이는 기술력이 수주 경쟁력
국내 스마트건설 실증 확대…공사비·공기 줄이는 기술력이 수주 경쟁력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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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의 경쟁력은 AI와 로봇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사진=AI 이미지 | ||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인공지능(AI)이 건설산업의 경쟁구도를 바꾸고 있다. 설계도면을 검토하고 공사 일정을 조정하는 업무에 AI가 도입되고, 로봇과 자동화 장비가 위험한 현장 작업을 대신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건설업은 제조업과 달리 현장마다 지형과 설계, 작업 여건이 달라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AI가 방대한 설계정보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작업 순서를 최적화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생산성 정체를 극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인력 대체가 아니다. 설계 오류와 재시공을 줄이고, 공사기간과 비용을 관리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있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공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지키고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느냐가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AI 활용 역량이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기업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보다 뒤처진 건설 생산성…AI가 공사비 구조 바꾼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지난 7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세계 건설업의 노동생산성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평균 증가율은 0.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성은 약 90%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도 3.0%로 건설업과 큰 격차를 보였다.
건설산업은 생산성 개선이 절실한 분야지만 기술 도입의 효과를 현장 전체로 확산하기 쉽지 않았다. 자동차나 반도체 공장은 동일한 제품을 반복 생산하면서 설비와 작업 공정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건설현장은 건물의 형태와 지반 조건, 자재 공급 상황, 작업 인력이 매번 달라진다.
설계 변경이 발생하면 여러 공정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배관의 위치가 바뀌면 관련 도면을 수정해야 하고, 자재 발주와 작업 일정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변경 사항이 제때 공유되지 않으면 재시공과 공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는 정보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건축정보모델링(BIM)에 축적된 설계정보와 공정 데이터를 활용하면 설계 충돌 가능성을 분석하고, 공사 일정과 자재 조달 계획을 연계하는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사진과 작업 기록으로 입력하면 관련 도면과 계약정보를 찾아 해결 방안을 검토하는 방식도 가능해지고 있다.
맥킨지는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가 설계·엔지니어링·건설 전반의 업무 흐름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디지털 기술이 개별 업무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면, AI는 여러 부서에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건설사업은 계약을 체결한 뒤 자재가격 상승이나 공기 지연, 설계 변경 등으로 원가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AI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원가 부담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향후 건설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능력보다 설계와 시공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범용 AI만으로는 현장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마다 조건이 다르고 도면, 시방서, 각종 기준, 현장 경험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건설 업무에 특화된 AI를 직접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11월 모든 업무 과정과 임직원의 의사결정을 AI 기반으로 바꾸는 'AI 네이티브' 건설사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개발한 'AI-ITB Reviewer' 등 AI 에이전트를 올해부터 전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2028년까지 건설업 전 영역에서 AI 중심의 업무 지능화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건설은 도면을 읽어 공정표를 자동으로 짜는 기술과, 새로 만든 내역서를 과거 실적과 대조해 검토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시험 중이다. 기술안전·품질 분야 규정과 매뉴얼을 학습시킨 사내 챗봇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과거 CAD나 해석 프로그램이 엔지니어의 기본 도구가 됐듯 AI를 다루는 역량도 건설 엔지니어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역량이 될 것"이라며 "외부 솔루션을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건설업을 이해해야만 만들 수 있는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사람과 AI가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업무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우리나라도 스마트건설 실증 확대
건설현장에서는 AI와 로봇을 결합한 자동화 기술 개발도 확대되고 있다. 로봇은 반복 작업이나 위험도가 높은 작업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고소 작업과 시설물 점검, 자재 운반, 용접과 콘크리트 작업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맥킨지는 지난해 10월 건설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분석하면서 범용 로봇은 아직 실증 단계에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설업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건설사도 현장에 맞춘 로봇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에 신기술과 건설로봇을 현장 투입 전에 검증하는 '사전검증센터(PoC센터)'를 열었다.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작업자와의 역할 분담, 이동 동선, 앞뒤 공정과의 간섭 여부까지 미리 점검해 현장 운영 방식을 설계한다. 현재 콘크리트 타설 뒤 바닥 평탄도를 맞추는 레벨링 로봇 등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대동로보틱스와 자재 운반·반복 작업에 투입할 AI 필드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자재운반로봇, 중장비 원격조종, 머신컨트롤·머신가이던스(MC/MG) 기술 등을 현장에서 실증하고 있다. 고소작업로봇, 외벽 균열보수 로봇, 실내 자율비행 드론처럼 안전 측면에서 필요성이 큰 장비는 직접 개발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휴머노이드보다 특정 작업에 특화된 로봇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무거운 자재를 들고 높은 곳에 오르는 작업이 많아 튼튼한 장비형 로봇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스마트건설 기술의 현장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7월 스마트건설 기술실증 지원사업 10개와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12개 사를 선정했다.
기술실증 지원사업은 건설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에 대형·중견 건설사의 실제 현장을 제공하고, 현장 적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기업당 지원 한도를 기존 15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높였다.
선정 기술에는 공동주택 지하 공간의 균열을 점검하는 기술과 AI 영상분석을 활용한 위험 작업 탐지, 드론 기반 고소 구조물 균열 관리 등이 포함됐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장소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AI가 이상 징후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에는 관리자가 현장을 순찰하거나 작업자의 신고를 통해 위험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았다. AI 기반 영상분석 기술은 위험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관리자가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건설사들도 AI를 안전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드론에 탑재해 흙막이 가시설의 안전을 모니터링하고, 건설장비에는 사람을 인식해 충돌을 막는 AI 시스템을 적용했다. GS건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에 대비해 AI 화재감지 CCTV를 실증했다. 차량 전조등이나 배기가스 때문에 생기는 오경보를 줄이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했으며, 자이 단지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 전북대학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AI 건설·로봇 혁신센터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던 스마트건설 기술을 지역으로 확산하고,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AI 건설기술의 경쟁력이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소 기술기업과 지역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도 AI나 로봇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좀 더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시공·유지관리 연결…해외 수주 경쟁력의 새 기준
AI 기술의 확산은 건설산업의 사업 영역도 바꾸고 있다. 건설사는 전통적으로 건물을 짓고 공사를 완성하는 데서 주요 매출을 올렸다. 엔지니어링 기업은 설계와 감리, 사업관리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건설 전 과정에 디지털 정보가 축적되면서 설계부터 시공, 운영과 유지관리까지 연결하는 사업모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물을 완공한 뒤에도 설비 상태와 에너지 사용량, 시설물의 이상 징후를 분석하면 유지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도로와 교량, 철도 같은 사회기반시설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드론과 센서가 시설물 상태를 측정하고 AI가 균열이나 변형 가능성을 분석하면 점검과 보수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건설기업의 경쟁력이 공사 수행 능력에서 시설물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능력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는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형 인프라 사업의 발주처는 공사비뿐 아니라 공사기간, 안전성, 완공 이후의 유지관리 비용까지 고려한다. 설계 단계부터 운영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은 사업 수행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공장과 발전소, 산업단지 등 복잡한 산업시설을 건설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시공 경험에 AI 기반 설계·공정관리 기술을 결합하면 해외 플랜트와 첨단산업 시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기존의 설계도면 작성과 검토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설계정보와 시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주처의 사업비와 공정 위험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AI와 BIM, 로봇 기술을 건설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개최된 ‘2026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는 안전관리와 주택, 도로, 철도, BIM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AI 기반 기술을 발굴했다. 기술의 현장 적용과 사업화를 지원해 건설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AI 시대에도 건설현장에서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설계와 시공의 최종 판단, 복잡한 현장 상황에 대한 대응, 안전과 품질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사람이 경험에 의존해 처리하던 업무의 상당 부분을 데이터와 AI가 지원하면서 건설업의 일하는 방식은 달라질 전망이다. 우리 건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 변화를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AI 시대가 바꾸는 건설산업'을 통해 AI가 현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로봇이 이를 바탕으로 시공하는 구조로 건설현장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AI와 로봇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건설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화와 숙련공 감소로 현장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인력난을 해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건은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정착시킬 기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AI의 성능은 결국 데이터에서 나온다"며 "각 건설사가 설계, 공정, 원가, 안전, 품질 등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고, 건설 업무와 데이터를 함께 이해해 AI로 연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도입이 중소 건설사와 작은 현장까지 퍼지려면 재정 지원과 함께 법·제도에서 로봇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현장의 비정형성을 줄이도록 탈현장건설(OSC)과 모듈러 공법이 보편화되고, 공종 표준화와 부재 규격화가 이뤄져야 로봇 도입도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