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 차별화 전쟁의 새 격전지로 '지하주차장'이 부상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차량 보관 공간에 머물렀던 주차장이 이제는 안전성과 편의성, 기술력이 집약된 주거 품질의 핵심 요소로 재조명되면서다.
AI 기반 화재감지 CCTV를 통해 화재연기가 감지됐을 경우 모니터 예시 이미지./사진=GS건설
21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지하주차장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AI 기반 화재감지 CCTV 기술 고도화에 돌입했다. 해당 기술은 실제 화재 상황을 신속하게 인식하는 동시에 차량 전조등, 조명 반사, 배기가스 등 일상적 요인으로 인한 오작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준비 중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화재 리스크 대응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차장의 '지능화' 흐름도 뚜렷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방배6구역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페를라'에 '래미안 AI 주차장'을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의 주차 관제 시스템과 주차 유도, 전기차 충전 설비 등을 AI 기술과 통합 연동한 것이 골자다. 입주민은 보다 직관적인 주차 안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차량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단순 편의성을 넘어 단지 전체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주전에서도 주차장 기술은 주요 차별화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에 '지능형 화재 사전 대응 주차로봇' 도입 계획을 제시했다. 이 시스템은 화재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즉각 대응하는 구조로, 초기 대응 골든타임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압구정2구역에는 현대위아가 개발한 주차로봇을 활용한 무인 발렛 주차 서비스를 제안한 바 있다. 해당 로봇은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차량을 자동으로 이동·주차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동일 면적 대비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으며, 로봇 두 대가 차량을 양측에서 들어 올려 90도로 평행 이동시키는 '크랩주행' 방식까지 구현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압구정3구역에 적용될 주차로봇은 화재 대응 기능까지 결합됐다. 기존 주차 자동화 기술에 화재 감지와 차량 이송 기능을 더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조기에 위험을 인지하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통합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 주차 편의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주차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주거 상품 경쟁의 패러다임 변화가 자리한다. 외관이나 커뮤니티 시설 중심이던 차별화 요소가 이제는 일상에서 체감되는 '디테일 품질'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차 문제는 입주민 만족도와 직결되는 만큼, 기술 완성도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안전에 대한 인식 강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지하주차장 화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단순 설비를 넘어 선제 대응이 가능한 기술 확보가 중요시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자율주행 기술 발전, 스마트시티 구현 등 현상이 맞물리면서 주차장이 미래형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첨단 기술을 통해 주거 품질을 높이고 생활 방식을 반영한 환경을 제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