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1 15:10 |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매입임대 사업을 둘러싼 고가 매입 논란과 가격 산정 불투명성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격·심의 체계 전반을 손질하며 제도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공급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가격 산정의 객관성과 절차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 사업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LH가 고가 매입 논란이 제기돼 온 매입임대 사업의 가격 산정과 심의 체계를 감정평가·계량평가 중심으로 재정비하며 사업 신뢰도 회복에 나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매입임대 제도 개선을 마치고 올해 전국 3만8224가구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수도권 물량은 3만1014가구로 전체의 81%를 차지하며, 서울 물량도 1만1527가구에 달한다. 매입 방식별로는 신축 매입약정이 3만4727가구, 기존주택 매입이 3497가구다. 전체 물량의 대부분이 신축 매입약정에 집중된 만큼 이번 가격·심의 체계 손질이 실제 공급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신축 매입약정 가격 산정 방식 변화다. LH는 그동안 사업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50호 이상 주택에 적용해온 공사비 연동형 제도를 운영해 왔다. 다만 공사비 상승분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이다 보니 시장에서는 시세 대비 고가 매입 논란이 반복됐고, 매입가격 적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LH는 해당 제도를 폐지하고 신축 매입약정 가격 산정 체계를 감정평가 방식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시세 기반 평가를 통해 가격 적정성을 확보하고, 매입 기준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가격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 사업 참여자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기존주택 매입 기준은 가격 통제 장치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토지는 감정가격을 적용하고, 건물은 재조달원가에 내용연수에 따른 감가를 반영해 가격을 산정하되, 이 가격이 인근 시세를 감안한 감정가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신축은 시세 반영도를 높이고, 기존주택은 상한 관리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유형별 가격 체계를 재정리한 셈이다.
심의 구조 역시 손질됐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비계량 평가 비중이 컸다면, 앞으로는 서류심사 점수인 계량평가와 매입심의 점수인 비계량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임대수요, 교통 접근성, 생활 편의성, 재무 영향 등 주요 요소를 정량화해 평가에 반영하고, 입지 여건과 건축계획 적정성, 가격 수준 등은 종합 심의를 통해 판단하는 구조다. 심의 기준을 수치화함으로써 결과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절차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서류 접수 완료 시점부터 6개월 내 매입심의 결과를 통보하는 ‘심의기간 총량제’가 도입되며, 서류심사부터 매입심의, 약정체결, 품질점검, 매매계약까지 단계별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그동안 민간 사업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온 심의 지연과 진행 경과 확인의 어려움을 줄이려는 조치로, 사업 일정 관리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제도 정비가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매입임대 사업의 신뢰도 회복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기준과 심의 구조가 이전보다 명확해질 경우 민간 사업자의 참여 판단이 수월해지고, 공급 과정의 불확실성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매입임대는 가격 산정 기준과 심의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번처럼 기준과 구조가 정리되면 사업 참여 리스크가 줄고, 공급 체계도 보다 안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