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지정학적 갈등과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도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문화적 가교는 전통 음악의 깊은 선율을 통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주러시아한국문화원(원장 박정곤)은 26일 오후 7시(현지시간), 문화원 강당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현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내에서 한국 문화 관련 대규모 행사가 다소 위축된 상황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공연은 현지 시민들에게 한국 전통 예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러시아 내에서 K-팝과 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원류(原流) 문화인 전통 예술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이번 무대에 대한 현지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26일 오후 7시, 주러시아한국문화원 강당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현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 공연이 열린다. /사진=주러시아한국문화원 제공
이번 공연에는 세계적 권위의 차이콥스키 음악원 ‘국제 현악기 포럼’에 참가 중인 가야금 연주자 이예원과 거문고 연주자 이서진이 초청됐다. 한국 전통음악의 독창적인 구조와 깊이 있는 음색을 대표하는 두 악기의 만남은 현지 관객들에게 한국적 정서의 극치를 보여줄 예정이다. 문화원 측은 공연에 앞서 악기의 구조와 연주 기법을 상세히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해 현지인들의 예술적 이해를 돕는다.
프로그램 구성 또한 정악과 산조, 창작곡을 아우르며 내실 있게 준비됐다. 가야금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와 창작곡 ‘하마단’, 거문고의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정악 ‘수연장지곡’ 및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그리고 현대적 감각의 ‘청우’ 등이 무대에 오른다. 7세기경부터 전해 내려온 가야금과 거문고의 소리는 천 년의 시간을 넘어 모스크바의 밤을 한국의 미(美)로 물들일 전망이다.
박정곤 문화원장은 “이번 공연은 현지 관객들이 가야금과 거문고의 아름다운 음색을 직접 경험하며 우리 전통음악의 깊이를 체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문화적 교류를 통해 양국 시민 간의 이해를 넓히고 소통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약 120명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현지 한국 문화 애호가와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경직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변치 않는 ‘문화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