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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이란대사 “미국기업과 거래 선박 호르무즈 해협 통과 못해”

2026-03-26 16:13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26일 “한국은 비적대국가에 들어간다”면서도 “이란 정부·군과 조정이 있어야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고, 사전에 그런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회사가 투자한 유전에서 나온 석유·가스를 실은 모든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근 조현 외교부 장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 간 전화통화에서 빠른시일 내 한국 선박 명단과 각 선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정부가 미국이 제안하는 합의에 계속 들어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의 안전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쪽에서 지나가려면 무조건 이란의 군·정부와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나’라는 기자들 질문엔 “애초 첫날 이란이 공습받은 곳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미나브시의 학교였다. 그로 인해 180명의 어린아이들이 사망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란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제치 대사의 ‘미국기업과 거래하는 한국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이동 불가’ 발언은 앞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밝힌 것이다. 

그는 “이란이 공격을 받는 상황인데, 페르시아만 남부 지역에서 미국 기업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공격이 시작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도 전시 상황이 형성될 것이라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측에도 분명히 경고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기준은 ‘미국 우선’이 아니라 ‘이스라엘 우선’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쿠제치 대사는 전쟁 이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협상 및 이란이 일부 제안에 동의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라디오방송에서 “우리나라가 불법적이고 잔혹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과의 협상을 시작할 어떤 이유도 없다. 이런 휴전이나 전쟁 중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전력을 재정비한 뒤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공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란의 여론은 우리의 조건이 충족돼 지속가능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휴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란의 핵활동은 평화적 활동이고, 이란은 이런 활동을 그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핵 프로그램은 결코 군사적 방향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자국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기술은 의약·의료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방사성 의약품 생산과 암치료에도 사용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암 환자가 있으며, 이러한 핵기술을 통해 방사성 의약품을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지난 24일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도 미국·이스라엘 기업과 연관되지 않은 비적대적 선박은 사전협의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미국ㆍ이란 전쟁 관련 사진전 및 다큐 상영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취재진을 가리키고 있다. 2026.3.26./사진=연합뉴스


이날 이란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외교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과 관련한 통항 문제를 양자간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서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에서 조현 장관이 한 말은 통항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선박에서 보급품이 떨어지는 등 인도적인 상황이 생겼을 때 신경써달라는 취지였다. 우리가 우리 선박과 관련한 정보를 이란 측에 준 적도 없고, (앞으로)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 대사의 이날 발언과 같은 이란 측의 압박 요구가 앞으로도 있을 경우 협의를 할 가능성에 대해선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여러 요소가 복합되어 있고, 그래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돌아갈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요 핵심 관련국의 입장은 어떤지, 유엔과 국제해사기구(IMO)의 여러 논의와 동향을 보면서 입장을 정해나갈 것이란 기본 방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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