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주혜 기자] 보수 정치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시장 선거판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등판 임박으로 요동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김 전 총리를 만나 대구 발전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 지원을 약속하며 '삼고초려'의 정점을 찍었다. 김 전 총리 역시 "당의 요청을 버텨내기 힘들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정 대표는 "대구 선거를 이길 필승 카드는 김 전 총리뿐"이라며 "대구가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드리는 '다 해드림 센터장'이 되고 싶은 심정"이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인 '대구 로봇 수도 조성'과 '수성알파시티 중심의 인공지능 전환(AX) 혁신 대전환'을 언급하며 군 공항 이전 등 대구의 숙원 사업을 민주당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를 향해 "국가적 비용이 지불된 '공공재'로서 대구와 국민 통합을 위해 쓰임이 있다면 용기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6.3.26./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김 전 총리는 "정 대표가 도망 못 가게 퇴로를 차단하셨다"며 "오랫동안 당에 요구했던 '어떤 지역도 소외받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 현장에서 뛰고 있는 후배 동지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며 심경의 변화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 전 총리의 심경 변화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양자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결과가 나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 대구 민심의 흐름은 국민의힘에 경종을 울렸다. 영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2~23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여·야 후보 간 '1대 1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과의 가상대결에서 전승을 거뒀다.
특히 유영하 의원(16.1%포인트 차), 윤재옥 전 당대표 권한대행(14.7%포인트 차) 등 주요 주자들과의 격차를 두 자릿수 이상 벌렸으며 추경호 의원에게도 9.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 전원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당 지도부는 이번 회동에서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며 김 전 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산이 있는 기회가 온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며 "지도부에 대한 실망과 특정 세력과의 불완전한 절연에 분노한 대구·경북(TK) 유권자들이 김 전 총리라는 자산을 통해 응징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기류도 감지된다. 김 전 총리 측근인 오영식 전 의원은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구 민심이 예전 같지 않고 절박하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선거 공학적으로 김 전 총리가 높게 나온다는 소식이 자꾸 기사화되면 오히려 반대편을 자극할 수 있어 많이 언급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차재권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대구 특유의 보수 결집력을 막판 변수로 꼽았다. 차 교수는 "대구의 보수 경로 의존성은 여전히 강하며 아직은 5.5 대 4.5 정도로 국민의힘이 우세하다고 본다"며 "결국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보수층이 결집하며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김 전 총리의 등판을 대비해 오는 27일 공관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구시장 후보 추가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오 전 의원은 "총리께서 주말 동안 대구 현장 관계자 및 가족들과 최종 심사숙고를 거쳐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최종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구 상실'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이 26일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해 '텃밭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김 전 총리가 요구한 'AX·로봇수도·군공항 이전' 카드를 전폭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만큼 김 전 총리의 등판 여부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7.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김주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