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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마지노 48%도 외면”…제약사들 비상체제 돌입

2026-03-28 13:30 |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의 45% 수준으로 낮추는 정부 방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통과하면서 제약업계가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가 업계가 제시한 48%보다 더 낮은 수준의 원안을 밀어붙이자 다수 제약사는 수익성 방어를 위한 셈법에 들어갔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45%로 낮추면서 제약업계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제미나이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건정심 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의결하고 제네릭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약가의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인하 폭으로만 보면 최대 약 16% 수준으로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적용 시점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약제비 구조 개편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일본 등 주요국의 제네릭 가격 구조를 참고해 45% 수준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정부 논리다.

반면 제약업계는 “산업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인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그간 정부에 48% 안을 제시하며 “53.55%에서 10% 낮춘 48% 수준은 산업계가 감내 가능한 마지노선”이라고 호소해왔다. 협회는 특히 45%로 낮출 경우 연간 최대 3조6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수익 1% 감소 시 R&D(연구개발) 투자가 1.5% 줄어드는 등 신약 개발 여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건정심 의결 직후 제약사들은 곧바로 비상경영 체제 가동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업계 비대위는 긴급 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개별 회사 단위에서도 비용 구조 전면 재점검과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제약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약가 인하가 본격 반영되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품목이 속출할 것”이라며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제품부터 향후 계획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가장 먼저 손질되는 분야는 마케팅·홍보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다. 학술대회·심포지엄 지원, 영업·판촉 활동, 광고·홍보비 등 이른바 ‘판관비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수익성이 낮은 제네릭 품목은 생산·유통을 중단하거나 도매 유통 조건을 재조정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설비투자나 R&D 프로젝트 착수 시점도 뒤로 미루고 현금 흐름 관리와 차입 축소 등 보수적인 재무 전략으로 선회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절감이 중·장기적으로 고용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 안팎에선 당장은 외주·마케팅 예산을 줄이지만 내년 이후까지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경우 인건비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장기화될 경우 생산·연구 부문으로 번질 우려와 함께 지방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 제약사의 경우 지역 고용에 미치는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약가 인하가 단순한 비용 자르기가 아닌 제약산업 구조를 혁신형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분을 신약·첨단치료제 보장성 강화 등에 재투자하고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가산과 인센티브를 부여해 질 높은 연구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는 “초기 임상·모험적 연구를 떠받칠 당근 없이 제네릭 가격만 깎는 구조개편”이라며 오히려 신약개발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개선안과 관련해 입장문으로 "이번 약가 개편안이 보건안보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건정심에서 16%의 약가인하 기본 산정율이 결정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다수의 제약기업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약가 인하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불가피한 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획기적인 지원과 산업 현장의 일자리 감축이나 투자 축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실효적 조치를 함께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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