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팬데믹 이후 최대 경영 위기를 맞았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쌍끌이 악재'로 비용 구조가 급격히 악화하자 항공사들은 노선 감축과 요금 인상 등 고강도 수익 방어 전략에 돌입했다. 여기에 내부적인 노사 갈등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이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10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환율은 1513.4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흐름을 보이며 항공사들의 달러 기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중동 지역 긴장 지속으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며 항공업계의 비용 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항공업은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여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에 항공사들은 공급 축소를 통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유류비 부담이 큰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줄이거나 스케줄을 재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LCC(저비용항공사)는 특정 노선의 비운항을 결정했으며, 다른 항공사들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 대한 조정 여부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노선 운영 전략도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항공사들은 탑승률보다 수익 기여도를 기준으로 노선을 선별하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구간에 공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운임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된 유류할증료가 인상되면서 항공권 가격 전반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유류할증료 인상만으로 비용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류비 증가 폭이 할증료 인상분을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항공사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변수뿐 아니라 내부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주요 항공사에서는 임금 협상과 근로 조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며 인건비 부담과 운영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며 임금·단체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양상도 나타난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법적 분쟁 가능성이 확대될 경우 일회성 비용 증가와 함께 인건비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업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만큼 유가·환율 부담과 결합된 복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유가, 고환율, 노조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3중 부담' 국면에서 항공사들은 유류 헤지 확대와 운임 현실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비용 방어만으로는 수익성 훼손을 완전히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요 확대보다 비용 관리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며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안정되지 않는 한 보수적인 운영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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