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시끄럽다. 말 많고 탈 많은 노조 때문이다. 사측이 영업이익의 13%를 쏟아 붓고 주거비 5억 원을 지원하겠다며 '역대급 보따리'를 풀었지만, 노조는 "성과급 한도(연봉 50%)부터 없애라"며 막무가내다. 평균 연봉 1억5000만 원. 대한민국 상위 1% '귀족노조'가 벌이는 이 투쟁을 누가 공감해줄까. 정작 무서운 건 이 싸움의 끝이 '노조의 승리'가 아니라 '인간 노동자의 퇴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이 혼란의 정점에서 "내 사전에 노조라는 말은 없다"던 이병철 창업회장의 경영 원칙이 떠오른다. 1960년대 초 제일모직 노조 설립 움직임에 "공장 문을 닫겠다"며 폐업 카드를 꺼내 들었던 그의 결단은, 불합리한 요구에 맞서 세상에 파업을 선언했던 아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속 기업인들을 연상시킨다.
물론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니다. 그는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당시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과 파격적인 복지를 선제적으로 제공했다. 남들보다 앞선 대우를 보장하되 기업의 본질을 흔드는 간섭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확고했던 것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단순히 잘해주는 차원을 넘어, 성과가 나면 상상 이상의 보너스를 주는 초격차 보상 시스템(PS·초과이익분배금)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노조가 왜 필요해? 삼성이 남들보다 돈 더 많이 주고 복지도 최고인데"라는 자신감은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하지만 보상이 당연하게 된 순간, 성장에 대한 감사는 사라지고 끝없는 욕망이 그 자리를 채웠다. 회사가 베푼 호의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 치환되면서, 삼성의 견고했던 무노조 철학에도 시대적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시끄럽다. 말 많고 탈 많은 노조 때문이다. 사측이 영업이익의 13%를 쏟아 붓고 주거비 5억 원을 지원하겠다며 ' 역대급 보따리'를 풀었지만, 노조는 "성과급 한도(연봉 50%)부터 없애라"며 막무가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재용 회장이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것은 삼성 80년사의 파격이자, 변화된 경영 환경에 맞춘 전향적인 승부수였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사법 리스크라는 위기 앞에서 과거의 유산과 결별하겠다는 그의 행보는 현실적인 통찰로 읽혔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내민 선의를 더 큰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도구로 삼기 시작했다. 6.2%의 임금 인상과 역대급 복지 제안에도 "모자라다"며 생산 라인을 멈추겠다고 협박하는 지금의 행태는, 자신들 삶의 터전인 '삼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특히 노조가 고집하는 '성과급 제도화'는 노조의 지독한 이기심을 보여준다. 노조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메모리사업부에 비해 수익이 낮은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의 성과급 지급률은 지난해 기준 47%에서 11%로 급감하게 된다. 동료의 주머니를 털어 내 배만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초기업노조를 표방하며 DX부문 직원들을 포섭하더니, 막상 협상 테이블에서는 오로지 '돈 되는' 메모리 보상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런 행태를 두고 우리는 '적폐'라고 부른다.
지금 삼성은 안팎으로 거센 파고에 직면해 있다. 상수가 된 규제와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업황 역시 늘 삼성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노조까지 구태의연한 투쟁 문법을 답습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애처롭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노조의 존립 근거도 사라진다는 명제를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분명히 해두자. 연봉 1억5000만 원의 '귀족노조'가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을 외칠 때, 로봇과 AI는 담담하게 24시간 풀가동될 준비를 마쳤다. 무노조 경영 폐기를 투쟁의 발판으로 착각한 노조의 오판은, 결국 '인간 노동자'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노조가 투쟁의 깃발을 높이 올릴수록, 삼성의 '인간 없는 공장'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부디 명심해야 한다. 로봇은 성과급 한도를 깨달라고 책상을 걷어차지도, 파업을 선언하지도 않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