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2일 중동전쟁과 관련해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고 단단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현재 조성된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 그래서 더욱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동전쟁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의 위기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선제 대응이 늦을수록 우리 경제와 국민이 입은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며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께서 필요로 하는 곳에, 적기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다.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아래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밝힌 추경안의 세 가지 세부 내용은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10조 원 이상) ▲민생안정 대책(2조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2조6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새로 마련했으며, 소득하위 70% 국민 약 3600만명에 대해 소득 수준과 지역우대 원칙에 따라 1인당 기본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지역화폐로 차등 지원된다.
민생안전 대책으로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두배 확대했다. 또한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3000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도 공급된다. 체불임금 청산 지원 및 농어촌 지역 지원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6.4.2./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4.2./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이 밖에 공급망과 관련해 창업지원정책인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국비 4000억원을 투입한다.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을 두 배 수준인 1만 4000개 사로 확대하고, 수출정책금융 7조 1000억 원,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2800억 원을 추가 공급해 기업의 자금 경색도 방지한다.
재생에너지 융자, 보조를 역대 최대인 1조 1000억 원까지 확대하고, 콘텐츠·문화예술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린다.
석유와 핵심 전략자원의 안정적 공급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7000억 원이 투입된다.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나프타 수급과 석유 비축 지원도 확대한다.
지방정부가 위기극복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등 지방의 투자 재원 9조 5000억 원도 보강한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에 대해 “중동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히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면서 “특히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 2000억 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 원을 활용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만큼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저를 비롯한 공직자부터 비상한 각오로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국민 모두의 하나 된 힘이 필요하다”며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할 때 위기의 터널에서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공동체의 위기를 틈타 담합, 매점매석 등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대중교통 이용, 생활 절전과 같은 일상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이 끝난 뒤 본회의장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국민의힘 의원석을 찾아 악수를 하면서 짧은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과거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 야당의 야유, 고성 대신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당대표와 함께하는 사전환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와 넥타이 색깔로 웃음이 섞인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장 대표에게 "왜 빨간 거 안 매셨나"라고 묻자 장 대표는 "아무 생각없이"라며 "색깔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제가 어제는 빨간색 계통을 매고 있었다"고 말해 참석자들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한편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 “선거 후 세금 핵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달콤한 마취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 대표는 “무능은 현금 살포로 덮어지지 않는다”며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국민의 삶을 지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위기 앞에 결단으로 응답한 대통령 시정연설, '빚 없는 추경'으로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길을 분명히 밝혔다"고 평가했다.
추경에 대해서는 "이번 추경은 선택지가 아니라, 거센 파도 앞에서 국민을 지켜낼 든든한 방파제"라며 "추경안이 단 한 치의 지연 없이 통과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