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신제품으로 선보였던 ‘크러시’를 ‘클라우드’ 하위 브랜드로 재편하고, ‘라이트 맥주’로 차별성 강화에 나섰다. 앞서 ‘4세대 맥주’를 표방한 차별화 시도가 시장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클라우드’를 밑바탕으로 반전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크러시 신규 홍보 포스터./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8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맥주 브랜드 ‘크러시’를 라이트 맥주로 리뉴얼하고, ‘클라우드’ 산하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다. 2023년 출시 이후 클라우드와는 구분되는 사실상의 단독 브랜드로 운영했지만, 이번 리뉴얼을 통해 클라우드의 라이트 맥주 브랜드로 정체성을 다시 세운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기존 크러시에는 클라우드 로고를 제품 라벨 좌측 상단에 작게 표기했지만, 리뉴얼을 통해 클라우드를 눈에 띄게 배치했다”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기존 클라우드가 가진 맥주의 맛과 헤리티지에 크러시가 가진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얹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라이트 맥주’로의 전환이다. 제품 용기나 디자인 등 외형적 요소를 넘어 ‘크러시=라이트 맥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리뉴얼 후 ‘일반 맥주’ 크러시 제품은 별도로 운영되지 않는다. 앞서 크러시는 ‘기존 브랜드와 다른 차별화 맥주’를 표방했다. 기존 맥주와 선을 긋는다는 의미에서 ‘4세대 맥주’란 슬로건도 강조했다.
하지만 론칭 이후 수년간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업계에서는 크러시가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기존 브랜드와 뚜렷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재료나 탄산 공법 등 직관적인 차별성을 내세운 경쟁사와 달리 브랜드 콘셉트가 선명하지 않았던 점이 패착이 됐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를 라이트 맥주 단독 브랜드로 재편하며 차별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내 주류 시장 성장 정체에도 ‘라이트 맥주’ 제품군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크러시를 제품 단계에서 새롭게 정의해 반전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기존 크러시가 신규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쌓는 데 한계를 경험한 만큼, 클라우드가 지닌 헤리티지도 적극 활용한다.
이 같은 전면적인 전략 수정은 맥주 사업의 지속적인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맥주 매출은 5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8% 줄었다. 한때 1000억 원을 상회하던 매출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 크러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크러시 출시 과정에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등 효자 제품을 단종한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 제품 공백과 브랜드 인지도 분절로 소비층이 이탈하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단 지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시장 맥주 브랜드를 클라우드로 단일화해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한편, 해외 시장 공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몽골 맥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90%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만 기존 수출되던 크러시가 라이트 맥주로 리뉴얼됨에 따라 대체 수출 품목 등은 아직 논의 중인 단계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아 후발주자인 신규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크러시가 기존에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만큼, 리뉴얼을 통해 타겟 수요층을 좁히는 대신 세분 시장을 확실하게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