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도심 개발 과정에서 발생해 대부분 버려지던 유출지하수가 에너지원이자 대체수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냉난방부터 생활용수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물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된다.
문현 지하철 유출지하수 냉난방 활용 설비 개념도./자료=기후부
유출지하수는 지하철, 터널, 대형 건물 등 지하공간 조성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하수로, 연간 약 2억1000만 톤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활용률은 약 10% 수준에 그치며 대부분이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다. 냉난방, 청소, 공원 조경 관리 정도에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미활용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연중 약 15℃를 유지하는 특성을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수냉식 히트펌프와 열교환기를 적용할 경우 기존 공랭식 대비 40~50% 높은 에너지 효율을 확보할 수 있어 전기요금 절감 효과도 크다.
또한 냉·난방에 활용한 지하수를 청소용수나 조경용수로 재사용하는 ‘이중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단순히 버려지던 물을 순환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자원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하철 역사 등 대규모 시설에서는 적용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전체 유출지하수 발생량의 절반가량이 지하철 역사에 집중돼 있어, 관련 설비를 도입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와 운영 효율 개선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부산 문현역 사례에서는 하루 340톤의 유출지하수를 활용해 히트펌프 시스템 도입 이후 약 6개월간 냉방 전기요금이 비슷한 규모의 역사 대비 전기요금이 최대 50%까지 절감되는 성과를 보였다. 냉방 효율을 나타내는 성능계수(COP)는 6.4로, 기존 공랭식(3~4)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유출지하수가 단순한 보조 자원이 아닌 실질적인 에너지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연중 평균 15℃를 유지하는 지하수는 외부 공기보다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이를 이용한 수냉식 히트펌프와 열교환기 등을 설치하면 일반 에어컨 대비 40~50% 이상 효율을 높이고 전기료도 낮출 수 있다”면서 “유출지하수는 추가 취수 없이도 확보할 수 있는 도심형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도 이 같은 성과에 맞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출지하수 이용시설 설치에 대한 국고 지원을 늘리고, 제도 개선을 통해 재생에너지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활용률을 현재 10%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0년부터 7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해 효과를 확인했으며, 2025년부터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확산에 나섰다. 올해 관련 예산은 55억1000만 원으로, 지난해(4억6000만 원)보다 10배 이상 확대됐다.
기후부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지하철역과 대형 건물 등을 중심으로 유출지하수 활용시설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발생량의 절반이 지하철 역사에 집중돼 있어 지하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는 관련 인프라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기후부는 10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전국 지방정부 및 교통공사 등 소속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유출지하수의 대체수자원 및 에너지원으로의 활용 확대 추진을 위한 ‘유출지하수 이용시설 설치 국고보조사업’ 현장 및 화상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문현역 등 우수사례와 함께 국고보조사업 신청 절차, 지원 조건, 우선순위 선정 기준 등이 상세히 안내된다. 아울러 지하수 활용을 수열에너지 범위에 포함하기 위한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조희송 기후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유출지하수를 대체수자원이자 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물과 에너지 사용 절감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