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주요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금융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금 조달 능력과 금융 서비스 등을 결합한 '종합 사업 역량'이 수주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이주비 지원, 자산관리 등 차별화 전략을 위한 금융권과의 협력 전선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금융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금융 조건을 내세워 조합원 표심을 공략하는 모양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9일 서울 압구정 3·5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를 겨냥해 금융권 자산관리 서비스를 결집한 전략을 제시했다.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한 8개 주요 금융사의 자산관리 특화 점포를 단지 내에 유치하고, 입주민 전용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입주민은 외부로 이동할 필요 없이 단지 내에서 금융·세무·부동산 상담 등 고급 자산관리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과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단지의 개념을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건설은 금융권과의 협업 기반을 연이어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한은행과 '입주민 대상 자산관리 및 컨설팅 서비스 제공, WM 오프라인 거점 입점' 관련 협약을 체결했으며 총 17개 금융기관과 협력하는 대규모 자금 지원 체계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사업비 조달과 이주비 지원 등 금융 조건을 앞세워 조합원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경쟁사들도 금융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5구역 수주전에 뛰어든 DL이앤씨는 10개 금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조합원 맞춤형 'VVIP 금융 패키지'를 제안했다. 또 고액 자산가 비중이 높은 사업지 특성을 반영해 자사 금융 서비스인 '더 리치 파이낸스(The Rich Finance)' 파트너십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압구정4구역 수주를 앞둔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금융권과의 협업 규모를 확장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18개 금융기관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비 조달, 이주비 조건 등 금융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금리 조건과 금융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금융 조건은 도시정비 수주전의 판세를 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금리 수준과 자금 조달 구조, 비용 부담 방식 등에 따라 조합의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파격적 금융 조건 등을 무기로 수주전 승기를 거머쥐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조합의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금융 패키지를 제안했다.
조합 운영비와 각종 용역비 등 기본 사업비뿐 아니라 추가 이주비, 임차보증금 반환 재원까지 포함한 사업 전반의 자금을 저금리로 일괄 조달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사업비 전 영역에 대한 자금 조달 책임을 직접 부담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정성을 부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조합원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와 시공 실적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금융 구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금융권과의 협업 역량이 곧 건설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