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 게임 시장의 빗장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들의 전략은 여전히 ‘의존과 경계’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2년 중단됐던 외자판호 발급을 재개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를 발급하며 시장 개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1월 말 발표한 명단에는 올해 첫 한국산 게임 판호도 포함됐다. 정부 역시 한중 경제·상무장관 회의 등을 통해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확대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중국게임과의 경쟁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여전히 매력적인 '캐시카우'…중국 게임 침투는 고민거리
전 세계 2위 규모로 평가되는 중국 게임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3508억 위안(약 73조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7.7% 성장해 여전히 매력적인 캐시카우로 평가된다. 게임 이용자 수 역시 6억8000만 명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실적 반등 카드로 중국을 다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미 중국 시장을 향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대통령 방중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며 중국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복원에 나섰고 넥슨·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그라비티 등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흥행 IP를 앞세운 신작 또는 재출시 프로젝트로 중국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라그나로크’ 등은 지난 10여년간 중국에서 수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한국 게임사의 중국 의존도를 키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같은 시기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과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게임의 한국 수출액은 약 16억4971만 달러로, 4년 전 대비 약 21% 증가했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마켓 매출 상위 5개 가운데 3개를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사례도 빈번해졌으며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라스트 워’ 등 생존·SLG 장르가 국내 매출 상단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카피캣’으로 불리던 중국 게임들은 고사양 그래픽과 공격적인 마케팅, 일본 IP와의 협업 등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국내 시장을 정면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기회의 시장과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국내 게임사가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판호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중국 게임은 퍼블리셔 계약과 마케팅만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중국 게임의 한국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한국 게임의 중국 매출 비중은 판호 중단 여파로 크게 감소하는 ‘비대칭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은 내수와 수출 양측에서 성장하는 반면 한국은 중국 규제에 막히고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에 밀리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손잡고 본토 공략?…불편한 동침 계속
배틀로얄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사진=크래프톤 제공
중국 자본 의존도 역시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3.86%, 넷마블 17%대, 시프트업 34%대 등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주요 IP 상당수를 중국 내에서 퍼블리싱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처럼 텐센트와의 공동 개발·유통 구조에 기반한 흥행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내 게임사의 중국 매출이 특정 파트너에 집중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분과 사업 양측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향후 수익 배분, 데이터 접근권, IP 활용 범위 등을 둘러싼 협상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게임 이용자는 6억8000만 명, 매출은 73조 원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인구 및 시장 규모의 한계로 내수만으로는 대규모 개발비 회수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재진입과 동시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과제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콘솔·PC 패키지 확대, 북미·유럽 중심의 글로벌 원빌드 전략, 인도·동남아 등 신흥시장 개척이 함께 언급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판호를 받았다고 해서 과거처럼 흥행이 보장되는 시대는 아니다”라며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과도하게 의존할 수도 없는 만큼 중국에서 확보한 수익을 기반으로 글로벌 IP와 콘솔 등 ‘탈중국’ 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게임이라고 하지만 과거와 달리 치열한 내수 시장 경쟁을 뚫은 게임인 만큼 완성도도 많이 높아졌다"며 "빠른 게임 개발 환경과 공격적인 마케팅 등도 이어가고 있어 더욱 강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