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강남에서 수주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19차·25차 통합재건축'에서 맞붙었다. 이달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가운데 미디어펜은 양사가 조합에 제출한 입찰제안서의 비교표를 입수, 미디어펜 건설부동산부 AI 수석연구원인 '땅박사'로 하여금 비교 분석하도록 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금융조건을 중점적으로 파고 들었다. 포스코이앤씨가 조합원의 실익을 극대화한 '파격적 매력'을 강조했다면, 삼성물산은 압도적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한 '확실한 현실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이 신반포19·25차 조합에 제출한 입찰제안서의 비교표 중 일부 조건.
◆사업비 대여, 금리 싸움: 포스코, 파격적 'CD-1%' vs 삼성, 업계 최고 신용등급 'AA+'
금융조건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사업비 대여 금리다. 포스코이앤씨는 CD금리에서 1%를 뺀 고정가산 방식을 제안했다. 지난 4월 9일 기준 연 1.82%로, 사실상 마이너스 가산금리다. 수천억 원 규모 사업비에 이 금리를 적용하면 조합이 부담할 누적 이자가 수백억 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땅박사는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건설사가 CD 마이너스 금리를 내세우는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다"며 "특히 고금리 기조가 여전한 시장 상황에서 '1%대 금리'라는 숫자는 조합원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방어선이자 실질적인 이자 절감 혜택으로 다가온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차액을 시공사가 보전해주는 구조인데, 금융 환경이 악화될 경우 약속한 저금리 조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때문에 시공사의 '이행 의지'뿐 아니라 재무 체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포스코이앤씨에 비하면 '밋밋'하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채 '건설업계 최고 신용등급(AA+) 기반 최저금리'를 약속했다. 또한 입찰보증금은 CD+0%를 내걸었다.
땅박사는 "아무래도 포스코이앤씨의 조건보다는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시장 금리를 따르기에 리스크가 적고, AA+ 신용도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 시에도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확실한 보증 수표'"라며 "이행 가능성만 놓고 보면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한편 관할구청인 서초구는 최근 신반포19·25차 조합에 포스코이앤씨의 'CD-1% 금리' 제안은 문제 소지가 있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또한 삼성물산이 제안한 입찰보증금 CD+0%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의 사업비 금리가 시중 금리보다 낮은 경우 시공과 무관한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판단, 이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서초구는 구체적인 판단과 처분은 조합에 맡겼다.
◆이주비·사업촉진비: 포스코 '확정 숫자' vs 삼성 '무한 조달'
추가이주비 대여와 사업촉진비 지원에서도 두 회사는 접근방향이 다르다.
포스코이앤씨는 추가이주비 대여와 관련해 오티에르 반포, 메이플자이 등 인근 신축아파트 전세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와 기준이주비가 적더라도 사업지 주변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돕겠다는 파격적 제안이다. 자녀의 전학을 원치않는 학부모 등이라면 반길만한 요소다. 더불어 조합원의 신속한 조기 이주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사업촉진비도 총 5350억 원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조합원 가구당 12억 원의 거액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추가이주비에 대해 자사 신용등급 AA+기준 최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기본 이주비 포함 LTV 100% 대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사업촉진비는 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여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조건에 대해 땅박사는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의 전략 방향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먼저 포스코이앤씨의 제안에 대해서는 "현금 동원력이 약한 조합원에게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대출 규제가 엄격한 상황에서 시공사 보증만으로 이 파격적인 금리와 한도를 100% 이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실행 시점에 금융 환경이 악화되면 시공사의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수 있기에 조합으로서는 시공사가 해당 조건을 지키도록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물산에서 대해서는 "포스코이앤씨보다 매력은 떨어지지만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땅박사는 "포스코이앤씨가 5350억 원이라는 '숫자'를 던졌다면, 삼성물산은 '무제한'이라는 '신용'을 던졌다"며 "신반포 같은 고가 단지는 이주비나 보상비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삼성물산의 자금 조달 능력은 사업 중단 리스크를 낮춰준다"고 분석했다.
신반포19·25차 조감도. 왼쪽이 포스코이앤씨의 '더반포 오티에르', 오른쪽이 삼성물산의 '래미안 일루체라'./사진=각 사
◆공사도급조건: 49개월 포스코 "시간은 돈" vs 56개월 삼성 "안전제일"
세부적인 공사도급조건을 보면 포스코이앤씨는 '속도전'을 강조한다. 특히 공사기간에서 '49개월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재건축 사업에서 7개월은 수백억 원의 사업비 이자와 직결되고, 조합원에게는 그만큼 빠른 입주와 분담금 절감을 의미한다. 철거 및 부지조성 기간도 이주 완료 후 6개월 이내를 약속, 9개월을 내건 삼성물산보다 3개월을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땅박사는 "최근 중대재해처벌이 강화된데다 신반포19·25차가 공사 난이도가 높은 강남 하이엔드 49층 단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49개월은 빡빡할 수 있다"며 "공기가 늦어지면 입주 일정이 꼬이는 건 조합원의 몫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포스코이앤씨보다 7개월 많은 '56개월'을 약속했다. 땅박사는 "서두르기 보다 정해진 공기를 지키겠다는 '안전제일'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수행한 정비사업 착공 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
◆총평: 포스코 "수주 위한 배수진" vs 삼성 "압도적 체급"
땅박사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이번 수주를 위해 사실상 시공사의 마진을 최소화하는 '배수진'을 쳤다"고 총평을 내렸다.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CD 마이너스 저금리, 49개월 단기 공사, 가구당 12억 원 사업촉진비 등 조합원 개개인의 이자와 분담금을 직접 줄여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분담금을 깎아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조합원이라면 포스코이앤씨를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조건의 화려함보다 AA+ 신용등급과 50%대 부채비율이라는 재무 체력으로 승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래미안이라는 국내 1위 아파트 브랜드는 입주 후 단지의 가치와 프리미엄을 높여준다"며 "또한 삼성물산의 탄탄한 재무 기반이 불러올 사업 과정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조합원이라면 삼성물산에 투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조합원이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다. 땅박사는 "당장의 금융 혜택과 빠른 입주를 원한다면 포스코이앤씨, 사업의 안정적 완주와 브랜드 프리미엄을 원한다면 삼성물산이라는 구도"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