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제62회 백상예술대상'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감동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이번 시상식의 가장 찬란한 장면은 단연 30년 전 함께 포스터를 붙이며 꿈을 키웠던 '무명 시절의 동지' 유해진과 류승룡이 나란히 영화와 방송 부문의 대상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은 17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의 부활을 알린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에게 돌아갔다.
유해진은 "사실 남자 조연상을 기대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나에게 오더라"며 "작품상을 받는 줄 알았는데 대상이 이렇게 생겼다"는 특유의 위트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그는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먹고만 살 수 있기를 바랐던 시절을 회상하며, 故 안성기 배우가 남긴 "배우는 일이 없을 때 어떻게 지내는 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며 뭉클한 진심을 전했다.
8일 저녁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은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이 받았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방송 부문 대상을 차지한 류승룡 역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를 통해 중년의 애환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류승룡은 "30년 전 유해진과 포스터를 붙이고 조치원 비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위로받지 못할 수 있는 50대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공감의 장으로 열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누군가를 살리는 건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라는 드라마 메시지를 다시 강조했다.
영화 부문 작품상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차지하며 거장의 저력을 입증했고, 방송 부문 드라마 작품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은중과 상연'에 돌아갔다.
남녀 최우수연기상 부문도 화려했다. 영화 부문에서는 '얼굴'의 박정민과 '만약에 우리'의 문가영이, 방송 부문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현빈과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박보영과 현빈은 각각의 작품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조연 부문에서는 이성민(어쩔수가없다), 신세경(휴민트), 유승목(김부장 이야기), 임수정(파인: 촌뜨기들)이 수상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증명했다.
올해 처음 신설된 뮤지컬 부문에서는 '몽유도원'이 작품상을, '비틀주스'의 김준수가 연기상을 받으며 역사적인 첫 주인공이 되었다. 연극 부문에서는 '젤리피쉬'가 작품상을, '프리마 패시'의 김신록이 연기상을 수상하며 공연 예술의 깊이를 더했다.
이날 방송 부문 대상은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류승룡이 받았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예능 부문에서는 기안84와 이수지가 각각 남녀 예능상을 받았다. 이수지는 전년도 수상자로서 시상자로 나섰다가 본인의 이름을 다시 한번 호명하며 백상 사상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박준호 감독이 신인 감독상을, 박지훈과 서수빈, 방효린, 이채민이 각각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은 단순히 상을 주고받는 자리를 넘어, 예술인들이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화합하는 축제였다. 30년 지기 친구인 유해진과 류승룡이 나란히 정점에 선 모습은 많은 후배 예술인에게 '버티는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었다. 장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플랫폼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백상예술대상은 변치 않는 공정성과 품격으로 K-컬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작(자)
△영화 부문 대상 : 유해진(왕과 사는 남자)
△방송 부문 대상 : 류승룡(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 영화 부문 수상작(자)
△최우수연기상 : 문가영(만약에 우리) / 박정민(얼굴)
△작품상 : ‘어쩔수가없다’
△감독상 : 윤가은(세계의 주인)
△조연상 : 신세경(휴민트) / 이성민(어쩔수가없다)
△각본상 : 변성현·이진성(굿뉴스)
△예술상 : 이민희 음악감독(파반느)
△신인 감독상 : 박준호 감독(3670)
△신인상 : 서수빈(세계의 주인) / 박지훈(왕과 사는 남자)
■ 방송 부문 수상작(자)
△최우수연기상 : 박보영(미지의 서울) / 현빈(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상 : ‘은중과 상연’
△감독상 : 박신우 감독(미지의 서울)
△방송작품상 : ‘신인감독 김연경’
△교양작품상 : ‘다큐 인사이트 우리의 시간은 빛나고 있어’
△예능상 : 이수지 / 기안84
△조연상 : 임수정(파인: 촌뜨기들) / 유승목(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각본상 : 송혜진(은중과 상연)
△예술상 : 강승원(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
△신인상 : 방효린(애마) / 이채민(폭군의 셰프)
■ 연극 부문 수상작(자)
△작품상: ‘젤리피쉬’
△연기상 : 김신록(프리마 패시)
△젊은연극상 : 극단 불의 전차
■ 뮤지컬 부문 수상작(자)
△작품상 : ‘몽유도원’
△연기상 : 김준수(비틀주스)
△창작상 : 서병구(에비타)
■ 기타
△구찌 임팩트 어워드 : ‘왕과 사는 남자’
△네이버 인기상 : 박지훈, 임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