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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1호 주민참여형 수상태양광 집적단지를 가다…안동 임하댐에 뜬 무궁화

입력 2026-05-18 12:00:00 | 수정 2026-05-18 08:18:25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경북 안동시 임동면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 끝자락에서 임하댐이 모습을 드러내자 예상치 못한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잔잔한 수면 위로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가 반짝이며 일렁이고 있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무궁화 패널 전경./자료사진=한수원



가까이 다가가자 그 정체가 선명해졌다. 수면 위를 빼곡히 메운 태양광 모듈들. 태극기 1개 블록과 무궁화 형상의 15개 블록이 수면 위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국내 제1호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인 ‘임하댐 수상태양광 발전소’다.

지자체가 주도하고 지역 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5년 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준공돼 상업발전을 개시했다고 했다.

“밤에 보면 더 장관입니다. 조명을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처럼 움직이게 해놨어요.” 박종암 팀장의 설명처럼, 이곳은 단순한 발전시설 이상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수면 위에 설치된 모듈은 모두 8만7480장. 540W급 모듈들이 16개 블록으로 나뉘어 임하댐 위를 메우고 있었다. 규모만 47.2MW. 축구장 약 70여 개 면적(52.1만㎡)이 물 위에 떠 있는 셈이다.

연간 발전량은 약 6만1670MWh,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라며 “실제 발전량은 예상보다 더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태양광의 장점은 육상보다 분명했다. 별도의 산지 훼손이나 토지 보상이 거의 필요 없고, 수면의 냉각 효과 덕분에 발전 효율도 높다. 물의 증발량 감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보이지 않는 기술’이었다. 발전시설 아래 수중에는 거대한 계류 시스템이 촘촘하게 설치돼 있었다. “한 블록마다 계류장치가 110개 정도 들어갑니다. 물살 따라 시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수중에서 대각선으로 단단히 잡아주는 거죠.” 수면 위에서는 고요해 보였지만, 물속에서는 거대한 구조물이 발전소 전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이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사업은 국내 최초로 ‘교차발전’ 방식을 도입했다. 낮에는 태양광이, 밤에는 기존 임하댐 수력발전소가 같은 송전선로를 사용하는 구조다. 

사실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경북 지역 송전망이 이미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2023년 EPC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한전 측에서 계통 연계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공사는 한때 중단됐다.

돌파구는 기존 수력발전 송전망 활용이었다.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수력발전이 실제 가동되는 시간이 제한적이었다”며 “낮에는 태양광, 밤에는 수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송전선로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정부와 전기위원회를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임하댐 수력발전소의 송전계통을 공유하면서 발전설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신규 송전망 건설 없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현장 관계자는 “이 사례가 대통령 보고까지 올라갔고, 다른 댐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하댐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주민 참여 구조다. 이 사업에는 한국수자원공사 75억 원, 한국수력원자력 72억 원, 주민 투자 50억 원, 금융권 PF 535억 원 등 총 732억 원이 투입됐다. 특히 반경 1km 내 33개 마을 주민 약 4300명이 사업 구조 안으로 들어왔다.

연간 발전량은 약 6만1670MWh,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해내는 국내 첫 수상태양광 집적화단지를 설명하는 현장 관계자./사진=미디어펜 이소희



하지만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고령 주민들이 많다 보니 ‘내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데 왜 돈을 넣느냐’는 반응도 많았어요.” 결국 마을별 법인을 만들었다. 33개 마을 법인이 주민들을 대신해 대출을 받는 식으로 사업에 참여했고, 수익은 주민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설계했다. 주민 개인이 직접 큰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정부는 국내 1호 집적화단지라는 점을 고려해 추가 REC 인센티브도 부여했다. 이를 통해 향후 20년 동안 발전 수익과 지원금 등을 포함해 약 222억 원 규모의 혜택이 지역사회에 돌아갈 예정이다.

다만 기대와 현실의 간극도 존재한다. “222억 원이라고 하면 주민들은 당장 큰돈이 떨어질 걸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4300명이 나누는 구조다 보니 체감은 또 다를 수밖에 없죠.” 실제로 일부 주민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역과 함께하는 재생에너지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임하댐 수면 위에 떠 있는 태극기와 무궁화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송전망 한계를 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자,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의 상징에 가깝다.

현장 관계자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예전에는 일사량 기준이 제곱미터당 1000W였는데, 최근 몇 년은 그걸 넘는 날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우리나라 태양광 여건이 좋다는 거죠.” 초여름 햇빛 아래 반짝이는 임하댐 수면 위에서, 한국형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모델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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