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의 폐막식이 단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의 향방을 둘러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한국 영화 ‘호프’(HOPE·감독 나홍진)로 집중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베일을 벗은 이후, ‘호프’는 단순한 화제작을 넘어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의 유력한 수상 후보이자 최고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상영 전까지만 해도 ‘호프’를 향한 시선에는 호기심과 우려가 공존했다.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SF 액션 스릴러 장르가 초청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직후 기류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 17일 월드 프리미어 이후 영화 '호프'에 대한 칸 현지에서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3일 앞으로 다가온 본상 발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사진은 칸 현지에서 '호프'의 주역인 정호연과 황정민, 조인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압도한 영화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7분간의 폭발적인 기립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상영 직후 유력 외신들의 찬사도 쏟아졌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역대 가장 대담하고 오락적인 장르 영화의 정점”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할리우드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 역시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을 워밍업으로 보이게 만드는 아찔한 질주”라며 높은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 장르적 쾌감과 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현지 평론가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호프’가 올해 황금종려상을 다툴 ‘톱 3(세 손가락)’ 안으로 단숨에 진입했다는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호프’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심사위원 대상(Grand Prix), 심사위원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각본상 등 총 7개 주요 본상 부문 중 어느 하나라도 거머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나홍진 감독의 ‘감독상’과 작품 자체에 수여하는 ‘심사위원 대상’이다. 1980년대 시골 마을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공간에 외계 존재라는 이질적인 설정을 정교하게 녹여낸 나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과 미장센은 칸의 심사위원단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기존 장르의 문법을 비틀어 새로운 시네마틱 체험을 선사한 만큼, 감독 고유의 예술성을 높게 평가하는 칸의 성향상 연출 관련 부문에서의 수상 확률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연기상 부문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처절한 생존 본능과 광기를 온몸으로 뿜어내며 극을 지배한 주연 배우 황정민은 2022년 송강호에 이어 한국 남자 배우로서는 두 번째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노릴 만한 압도적 열연을 선보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함께 사투를 벌인 조인성의 묵직한 존재감과 정호연의 신선한 활약, 그리고 할리우드 톱스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부부의 강렬한 앙상블까지 더해져 배우들의 연기 호흡 자체만으로도 심사위원단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그 극적인 서사에 흥미가 더해진다. 박찬욱 위원장을 필두로 한 9인의 심사위원단이 ‘호프’가 보여준 대담한 장르적 실험과 독창성에 어떤 최종 평가를 내릴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영화제 초반의 탐색기를 지나, 월드 프리미어라는 가장 큰 관문을 최고의 찬사 속에 통과한 ‘호프’. 전 세계 영화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등에 업은 이 작품이 사흘 뒤 열릴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과연 어떤 색깔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지, 전 세계 문화계의 이목이 칸의 최종 선택으로 향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