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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특약’ 손 본 공정위…택배업계 “현장 구조 고려해야”

입력 2026-05-20 15:53:26 | 수정 2026-05-20 15:53:19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택배사들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 제재를 결정하면서 물류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택배사들이 영업점과 기사 측에 각종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부당 특약’을 운영했다고 판단했지만 업계는 계약 관행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 사고 책임까지 본사에 완전히 집중시키는 것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향후 물류뿐 아니라 배달·플랫폼·건설 등 하도급 기반 산업 전반의 책임 구조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택배노조/사진=연합뉴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국내 주요 택배 5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억7800만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쿠팡CLS 7억5900만 원, 한진 6억9600만 원, 롯데글로벌로지스 6억3300만 원, CJ대한통운 6억1200만 원, 로젠 3억7800만 원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영업점 및 운송 위탁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고와 비용 부담을 사실상 하청업체 측에 일방적으로 전가했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는 차량 사고와 화물 분실,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영업점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일부 업체는 파업 등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까지 영업점이 책임지도록 규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계약상 의무 위반이 발생할 경우 충분한 소명 절차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가 결국 영업점과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책임 전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내부 분위기는 복잡하다. 공정한 계약 체계 정비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실제 배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까지 모두 본사 책임으로 연결하는 방향에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산업은 본사와 영업점, 개인사업자 형태 기사들이 함께 움직이는 다단계 위탁 구조”라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차량 사고나 배송 사고는 기사 개인 과실이나 현장 상황 영향도 상당한데 이를 모두 본사 책임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계약상 책임 배분과 실제 현장 운영에서의 통제 가능 범위 간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부 책임을 일률적으로 본사에 귀속시키는 방식은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당 특약 손질 돼도… 책임 구조 재정립 필요성 제기

업계에서는 이러한 계약 구조가 형성된 배경으로 전국 단위 물류망을 기반으로 한 다층 위탁 구조를 꼽는다. 본사–영업점–개인사업자 형태의 기사로 이어지는 구조상 본사가 모든 배송 현장의 개별 사고나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직접 통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조치가 단순히 택배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공정위가 건설·제조·플랫폼 업계를 대상으로 하도급 계약과 책임 전가 문제를 잇따라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산업으로도 유사한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본사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본사의 법적 부담이 커지면 보험료와 운영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영업점 관리 강화나 배송 단가 조정 등 형태로 다시 현장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업계의 경우 계약 관행 개선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택배기사 과로사 논란과 배송 현장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일정 수준의 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단순히 기업 책임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현실적인 운영 구조를 반영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본사와 영업점, 기사 간 계약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책임 범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실제 관리·통제 권한에 맞춰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영업점, 기사 간 실제 통제 가능한 범위와 책임 범위를 현실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현장 구조와 괴리된 책임 부과는 오히려 운영 효율성과 안전관리 체계를 함께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제재와 함께 택배업체들에 90일 이내 부당 특약 수정 및 삭제를 명령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황이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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