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종합상사들이 중계무역 중심의 전통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광물·물류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 장기화, 경제안보 강화 흐름 속에서 단순 트레이딩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사고파는 회사’ 역할에 머물렀던 종합상사들이 이제는 LNG터미널과 가스전, 핵심광물, 해외 물류센터 등 공급망 핵심 자산을 직접 운영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본사./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미국 희토류 분리정제 및 영구자석 통합 생산 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핵심광물 공급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리엘리먼트와 희토류 분리정제 생산 합작법인 설립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총 2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미국 내 연 6000톤 규모 희토류 분리정제 공장을 구축하고 향후 영구자석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 공장 설립을 넘어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자립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종합상사 역시 단순 원료 유통을 넘어 현지 생산 거점과 밸류체인 확보 경쟁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미 광양 LNG터미널과 호주 세넥스에너지 가스전, 미얀마 가스전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망 사업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 등 핵심광물 사업까지 강화하며 기존 종합상사 이미지를 넘어 ‘에너지·자원 공급망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X판토스 역시 해외 물류 인프라 확대를 중심으로 공급망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LX판토스가 앞서 추진해온 폴란드 물류센터는 올해 하반기 준공 완료될 예정으로, 유럽 현지 물류거점 확보를 통해 배터리와 전기차, 전자제품 등 유럽향 공급망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재편하면서 현지 물류 인프라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해상·항공 운송을 넘어 창고 운영과 재고 관리, 복합운송까지 포함한 통합 SCM(공급망관리) 사업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LX판토스 역시 단순 물류회사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운영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물류기업들은 운송보다 창고·SCM·현지 공급망 관리 사업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다.
◆공급망 불안에 달라진 상사 역할…경제안보 산업 부상
과거 종합상사는 철강·화학·곡물·원유 등 각종 상품을 중개 및 중계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입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수료와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단순히 사고 파는 중계무역 사업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미중 갈등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능력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분위기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보다 자원과 물류거점을 직접 보유한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급망 자체가 ‘경제안보’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의 전략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LNG와 핵심광물, 배터리 소재, 물류거점 등 전략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들이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종합상사와 물류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단순 중계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에너지·광물·물류 인프라를 직접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종합상사는 해외 거래를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 자체를 직접 운영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며 “경제안보 중요성이 커질수록 실물자산 기반 사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