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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뛰는데...", 성과급 딜레마 빠진 한국 반도체

입력 2026-05-24 11:30:12 | 수정 2026-05-24 11:29:56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시선이 단순 노사 이슈를 넘어 산업 경쟁력 문제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를 강화하면서 직원 보상 확대와 함께 투자 재원, 주주가치, 기업 경쟁력 간 균형을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성과 보상 체계 역시 중장기 투자 전략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영업익 53.7조 원, 역대 최대 실적./사진=연합뉴스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체계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비교되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양사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10.5%, SK하이닉스는 10% 수준의 연동 방식을 도입·논의 중이다.

이 같은 구조는 성과 공유와 보상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복잡한 산식이나 재량 중심 평가에 비해 직원 입장에서는 기준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영업이익 고정 비율보다 장기 성과와 개인·조직 평가를 함께 반영하는 보상 구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 글로벌 투자 경쟁 시대… '성과급 구조'도 경쟁력 논쟁

구체적으로 대만 TSMC는 이익 일부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지만 이사회와 위원회가 최종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다. 미국 마이크론과 인텔 역시 수익성뿐 아니라 기술 성과와 비용 절감, 개인 평가 등을 종합 반영한다.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역시 현금 보상보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와 장기 보상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단순 인사 제도보다 산업 구조와 연결된다고 본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선행 투자와 긴 업황 사이클이 특징인 만큼 기업들이 호황기 수익을 얼마나 유연하게 재투자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다.

실제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은 AI 수요 확대에 대응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 수십조 원 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TSMC 역시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CAPEX를 집행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성과급 확대 논의가 커지면서 투자 재원과의 균형 문제가 거듭 제기된다.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경우 성과급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업이익 고정 연동 방식이 기업의 현금 운용 유연성을 낮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를 단순히 '성과급이 투자의 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AI·반도체 산업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보상 체계 역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우수 인재 유출을 막고 장기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장 친화적 보상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논의의 초점이 단순한 성과급 규모보다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배분하고 장기 경쟁력과 연결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AI 투자와 대규모 설비투자가 산업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 된 환경에서는 보다 고차원적인 보상 체계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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