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AI 모델이 스스로 취약점을 찾고 공격 가능성까지 검증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AI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 초기 경쟁이 모델 성능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보안 대응 역량과 정보 접근권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차세대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계기로 글로벌 AI 업계와 각국 정부도 대응 체계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토스가 보여준 보안 역량은 단순 기술 진보를 넘어 사이버안보와 산업 경쟁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취약점 탐지와 코드 분석, 공격 시나리오 검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기존 보안 체계와 제도 역시 재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AI 경쟁이 단순히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보안 데이터와 방어 체계, 위험 정보에 얼마나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토스는 최근 일부 실험 과정에서 복잡한 소프트웨어 취약점 분석과 보안 코드 검증 능력을 보여주며 관심을 모았다. 생성형 AI가 업무 생산성 도구를 넘어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활용될 수 있는 '사이버 행위자'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기존 보안 체계의 대응 한계도 함께 거론된다. 공공·금융 보안 체계는 패치 승인과 망분리, 사전 검증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반면 AI 기반 공격은 수초에서 수분 단위로 진행될 수 있어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AI 경쟁의 다음 전장 된 '보안 접근권'
글로벌 AI 기업들의 움직임 역시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최근 일부 고성능 AI 모델과 취약점 정보는 제한된 기관과 기업 중심으로 공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보안 위험이 큰 모델일수록 공개 범위를 좁히고 제한형 협력 체계를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AI 보안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과거 AI 경쟁이 GPU와 데이터 확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위험 정보와 보안 대응 기술, 취약점 데이터 접근 권한 자체가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일부 AI 기업들은 정부기관·보안 연구기관과 제한형 협력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위험 정보와 방어 체계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AI 공격은 AI로 방어"… 금융권 망분리 완화 추진
국내 금융권에서도 고성능 AI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체계 재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고성능 AI 관련 금융권 보안위협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보안 목적 AI 활용을 전제로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토스 등 고성능 AI가 기존 취약점 탐색 수준을 넘어 해킹 공격 기획과 실행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금융권은 그간 AI 기반 보안 시스템 구축과 민관 정보 공유 확대를 위해 망분리 규제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AI 기반 취약점 점검과 보안 서비스 활용이 가능하도록 단계적 규제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대상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전담 CISO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 총자산 10조 원 이상, 상시 종업원 수 1000명 이상의 49개 대형 금융회사다. 금융위는 오는 6~7월 중 1차 심사를 추진하는 한편, '금융 AI보안연구소'를 신설하고 AI 보안 가이드라인도 배포할 계획이다. 보안 패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산 장애에 대한 제재 감경·면책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AI 보안을 특정 사고 대응이 아닌 금융권의 '기본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고성능 AI 보안 위협은 감기 바이러스와 같아서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통제해야 할 위험"이라며 "마스크를 쓰듯 AI 방어 체계를 갖추는 일상적인 '사이버 위생'은 금융권이 갖춰야 할 필수 습관이다. 금융권이 상시적이고 전사적인 AI 보안 역량 강화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