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카카오 노사가 27일 2차 조정에 돌입하면서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파업만으로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가 즉각 중단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올해 AI 전환과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가 미래 사업 추진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이날 오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앞서 노사는 지난 18일 열린 1차 조정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상호 합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이번 조정마저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며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도 현실화할 전망이다.
이미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4개 법인은 조정 절차 종료와 함께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20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 역시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모두 가결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 본사까지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공동 파업 국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 측이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성과 보상 체계와 고용 안정 문제다. 노조는 회사가 호실적과 경영진 보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직원 성과급 기준을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와 보상 재원 산정 방식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노조는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보상 기준과 구조의 투명성이 핵심 쟁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임단협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가 AI 중심 사업 구조 재편과 플랫폼 고도화, 수익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등 미래 투자와 개발 역량 집중이 중요해진 시점인 만큼, 노사 갈등 장기화가 전략 실행력과 조직 운영 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AI가 변수… 체질개선 속도에 쏠리는 시선
업계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AI와 신사업 추진 속도다.
플랫폼 서비스 특성상 단기 파업만으로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페이 등 핵심 서비스가 즉각 멈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서비스 운영이 자동화돼 있고 비조합원 인력과 필수 운영 인력을 통해 유지·보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제조업 생산라인과 달리 IT 플랫폼은 단기간 쟁의행위가 곧바로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개발·운영 인력 참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신규 서비스 개발과 업데이트, 장애 대응, 보안 점검, 고객사 프로젝트 수행 등은 결국 인력 집중도와 조직 협업이 핵심이다.
계열사 역시 AI·클라우드와 B2B 프로젝트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디케이테크인 등은 기업용 클라우드와 IT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 역시 플랫폼·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파업 장기화 시 개발 일정과 조직 집중도 저하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올해를 AI 서비스 전환의 분기점으로 삼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카카오톡 내 AI 에이전트 경험 확대와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를 강조하며 수익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를 넘어 대화·검색·추천·결제까지 연결되는 AI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장애를 겪으며 플랫폼 의존도와 운영 리스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점도 다시 언급된다. 당시 경험은 카카오 서비스가 단순 메신저를 넘어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미시적인 서비스 중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전략과 조직 안정성 사이 균형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AI 경쟁이 속도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관리 역시 기업 경쟁력의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경쟁은 결국 속도와 실행력,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활용성과 사업화 역량이 핵심"이라며 "빅테크들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다소 조직 안정과 투자 집중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노사 갈등이 길어질 경우 신사업 추진과 개발 조직 집중도 측면에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