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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대금 부담 커진 현장…건설업계, 공정거래 다시 꺼냈다

입력 2026-05-28 14:54:42 | 수정 2026-05-28 15:17:50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공사비와 대금 정산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원·하도급 공정거래 문제를 상생협력 실행 과제로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건설업계의 현장 부담과 종합건설업계의 협력사 관리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거래질서 재정비 논의도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9개 종합건설사 대표들은 이날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하도급대금 적기 현금 지급과 유보금 관행 개선, 자재 공급원가 변동 시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하도급대금 연동제 운영, 부당특약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공급망 불안 등으로 공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기 연장과 지체상금 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협약 당사자들은 올해 하반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협약 이행 상황과 하도급법 집행 동향, 상생협력 사례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 공정거래 문제는 새 이슈가 아니다. 원도급사가 전체 사업을 수주하고 공종별 전문업체가 실제 시공을 맡는 구조상 하도급대금 지급 시점과 유보금, 단가 조정, 부당특약,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는 반복적으로 쟁점이 돼왔다. 물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부담이 가려지지만, 공사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 현장 말단에서 인력·장비·자재를 직접 투입하는 전문업체의 현금흐름 압박이 먼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와 국회도 하도급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 확대와 하도급대금 연동제 적용 범위 확대 등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공포됐으며,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요 원재료뿐 아니라 연료·전기 등 주요 에너지 비용까지 연동 대상에 포함한 것이 핵심이다. 전문·종합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역시 공정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거래질서 개선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건설 외감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원가율 상승과 이자비용 확대, 착공 감소 등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업계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자재와 인력을 먼저 투입한 뒤 대금을 정산받는 구조가 많아 원가 상승분 반영과 대금 지급 시점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레미콘과 철근, 단열재 등 주요 자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부담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금리 부담, 착공 감소까지 겹치면서 공사 기간 중 발생한 원가 상승분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현장 운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원가가 급등해도 대금 조정이나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문업체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주병기 공정위원장과 윤학수 전건협 중앙회장, 주요 종합건설사 대표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종합건설사 입장에서도 원·하도급 거래 안정성은 협력사 관리와 현장 품질을 좌우하는 문제다. 이번 협약에서 종합건설사들은 대금 지급과 유보금 관행 개선, 단가 조정 협의, 부당특약 점검, 하도급분쟁 해결기구 운영 등을 통해 협력사와의 자율적 해결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단순히 전문업체 보호 차원을 넘어 공정 지연과 품질 저하, 안전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장 관리 과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종합·전문건설업 간 상호시장 개방 흐름도 공정거래 논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생산체계 개편 이후 양 업역 간 시장 진출이 허용됐고, 현재는 공사예정금액 4억3000만 원 미만 전문공사에 대해 종합건설업체 수주를 제한하는 보호구간이 운영 중이다. 보호구간 일몰 시점을 앞두고 전문업계와 종합업계 간 입장 차이도 부각되는 가운데, 원·하도급 거래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협약은 이런 구조 변화 속에서 원·하도급 양측이 공통으로 관리해야 할 거래질서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현장 애로와 불공정 사례를 공유하고, 종합건설업계는 협력사 지원과 분쟁 해결 절차를 강화하며, 공정위는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을 맡는 구조다. 각 주체 역할을 나눠 공정거래를 현장 실행 과제로 옮기겠다는 취지다.

대금·단가 문제는 단순 정산 갈등에 그치지 않고 현장 품질과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건정연은 공사비 급등과 대금 미조정이 하도급사의 원가 절감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품질 저하와 안전관리 부담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적기 대금 지급과 안정적인 거래 관계는 우수 인력과 자재 확보를 가능하게 해 공정 안정성과 품질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종합건설사들도 일부 상생 제도를 운영 중이다. GS건설은 협력사 안전전담자 인건비 지원과 하도급대금 조기 지급 체계를 소개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비 부담 완화와 정산 사전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시장가 반영 입찰제도와 협력사 금융지원 사례를, SK에코플랜트는 부당특약 사전검토와 상생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각각 공개했다.

전건협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와 자재값 부담, 현장 운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원·하도급 간 거래 안정성과 상생협력 필요성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 관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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