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통상 5월이면 증시가 약세를 보인다는 월가의 격언이 무색하게 국내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인 대폭등 장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지수 급등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주가가 오른 종목은 10개 중 1개 수준에 불과해 증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통상 5월이면 증시가 약세를 보인다는 월가의 격언이 무색하게 국내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인 대폭등 장세를 연출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28.45% 급등했다. 지난달 말 6500선에 머물던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840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지수 폭등의 흐름은 6월 첫 거래일인 1일에도 이어져, 장중 사상 최초로 8700선마저 단숨에 뚫어내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 7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적인 랠리 뒤에는 극단적인 수급 쏠림에 따른 착시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5월 한 달간 코스피 전체 948개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단 111개로, 전체의 11.71%에 불과했다. 반면 811개(85.55%) 종목은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고, 26개(2.74%)는 보합에 머물렀다. 코스피 지수가 28% 넘게 폭등하는 사이에 전체 종목의 85% 이상은 하락 가시밭길을 걸은 셈이다.
이러한 기형적 장세의 원인은 대형주,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의 극단적인 자금 쏠림에 있다. 5월 한 달간 코스피 대형주는 33.01% 급등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8.80%, 14.47% 동반 하락했다. 1분기 기준 코스피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60.6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 유동성을 전방위로 흡수하면서 중소형주 소외가 극대화됐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등 AI 반도체 밸류체인 5개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41.8%에서 5월 말 57.7%로 급격히 확대됐다. 시장 체력 전반이 강화되어 지수가 오른 것이 아니라, 시총 상위 초대형주 몇 개가 지수 전체를 강제로 끌어올린 셈이다.
1일 장중에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샘플 출하 호재로 8%대 급등하고 로봇 테마주가 폭등하며 코스피 지수를 8760선까지 밀어 올렸지만, 유가증권시장 내 하락 종목은 여전히 720여개를 웃돌았다. 같은 시각 코스닥 시장 역시 주요 대형주들이 약세를 보이며 1.7%대 급락세를 연출했고, 하락 종목만 1400개를 넘어서며 소외 장세의 극치를 보여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유동성이 AI 테마로만 집중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그 흐름이 더욱 극단적으로 가속화되는 양상"이라며 "실적과 확실한 내러티브를 갖춘 주도주 중심의 쏠림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수 상승의 착시에 가려진 소외 업종과 중소형주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및 자산 양극화 리스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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