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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패' 아닌 '숨은 진주'…K-바이오, 신약 리포지셔닝 "상업화 정조준"

입력 2026-06-01 16:20:39 | 수정 2026-06-01 17:21:02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빅파마에 기술수출됐다가 권리가 반환된 국내 신약 후보물질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반환이 개발 실패를 의미하는 악재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적응증 전환과 개발 전략 수정 등을 통해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되살아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빅파마에 기술 수출됐으나 권리가 반환된 후보물질들이 새롭게 제약사의 성장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JW중외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반환받은 신약 후보물질을 재정비해 후속 개발에 나서고 있다.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검증된 안전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거나 병용 전략을 더하는 방식으로 상업화 가능성을 다시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반환 자산, 적응증 바꿔 재도전

2015년 얀센에 비만·당뇨 치료제로 기술수출했던 GLP-1/GCG 계열 신약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19년 권리 반환 이후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개발을 재개했다. 한미약품은 축적된 비만·대사질환 데이터와 간 섬유화 억제 기전을 강점으로 보고 임상 전략을 재설계했다. 해당 물질은 2020년 MSD에 다시 기술수출되며 약 8억70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사노피 반환 이후 비만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당뇨병 시장의 경쟁 심화와 개발비 부담을 고려해 안전성이 확인된 자산을 비만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개별 후보물질보다 GLP-1 계열 전체를 비만·간질환 포트폴리오로 묶어 운용하고 있다”며 “기술반환을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계기로 활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도 레오파마에 기술수출했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의 활용 방안을 다시 모색하고 있다. JW1601은 레오파마가 진행한 임상 2a·2b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올해 계약이 종료됐지만 안전성과 약동학 특성은 확인됐다.

JW중외제약은 이를 바탕으로 안구 표면 염증이 주요 기전인 안과 질환으로 적응증 전환을 추진 중이다. JW중외제약은 동일 기전이 다른 장기에서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환은 실패 아닌 재설계 기회”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받은 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재편입했다. 해당 물질은 2019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현 MASH) 치료제로 기술수출됐으나 글로벌 개발 경쟁 심화와 우선순위 조정 등의 영향으로 권리가 반환됐다.

유한양행은 간 지방 감소와 섬유화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 자체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GLP-1 계열 약물과의 병용 전략과 환자군 세분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술반환이 실패라는 기존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로 꼽힌다. 통상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쟁 약물 대비 차별성이 부족한 경우 개발을 중단한다.

기업 M&A(인수합병)이나 파이프라인 재편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바뀌거나 시장성 판단이 달라질 경우 권리를 반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빅파마들은 동일 적응증 내 여러 후보물질을 확보한 뒤 경쟁력이 높은 자산에 개발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아울러 빅파마로부터 기술 반환이 됐더라도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권리가 되돌아간 것으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 검증된 자산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로 인해 업계는 후보물질의 기전과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 경쟁 환경 변화와 환자군 세분화에 맞춘 리포지셔닝을 통해 상업화 가능성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기술수출 자체보다 반환 이후 활용 전략까지 고려한 포트폴리오 운영 역량이 제약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적응증 전환이나 병용 전략을 통해 개발에 성공하면 초기 기술수출보다 더 큰 수익과 권리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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