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짧은 영상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새로운 경쟁지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주요 OTT들이 숏폼 탭과 클립 기능, 오리지널 숏콘텐츠를 잇따라 확대하면서 단순 콘텐츠 확보를 넘어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 숏폼이 본편 홍보나 마케팅 수단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별도 제작·별도 소비가 가능한 독립 콘텐츠 영역으로 성장하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및 국내 OTT 사업자들은 최근 모바일 기반 숏폼 기능과 콘텐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짧은 영상을 통해 이용자의 시선을 붙잡고, 이를 다시 본편 시청과 재방문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넷플릭스는 최근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세로형 숏폼 서비스 '클립스(Clips)'를 도입했다. 이용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주요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넘겨보며 작품 정보를 확인하거나 본편 시청, 찜 목록 저장, SNS 공유 등을 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숏폼 서비스 '버츠(Verts)'를 선보이며 영화·드라마 하이라이트 기반 콘텐츠 소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OTT들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티빙은 앱 내 '쇼츠' 탭을 운영하며 드라마·예능·스포츠 등 다양한 숏폼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단순 편집본 제공을 넘어 다음 달 '코미디숏리그'를 선보이며 숏폼 자체를 하나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육성하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웨이브 역시 숏폼 제작 전문 기업과 협력해 10분 안팎의 드라마·예능 콘텐츠 제작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 기능 추가보다 OTT 플랫폼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플랫폼 안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고 반복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숏폼은 '홍보' 넘어 독립 콘텐츠로
OTT의 숏폼 전략은 기존 SNS 기반 짧은 영상 소비 확대와도 연결된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에서 짧은 영상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OTT 역시 이에 맞춘 시청 경험 설계에 나서는 흐름이다.
과거 숏폼은 영화나 드라마의 핵심 장면을 압축해 보여주는 '예고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숏폼 자체를 별도 콘텐츠로 제작하거나, 짧은 영상 소비가 독립적인 시청 경험으로 자리 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숏드라마 플랫폼 성장세는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릴숏, 드라마박스 등은 1~2분 분량의 자극적인 도입부를 무료로 공개한 뒤 유료 결제나 광고 시청을 통해 다음 회차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짧은 영상이 더 이상 본편의 부속물이 아니라 별도 수익 모델과 팬덤을 형성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숏폼 플랫폼으로 알려진 틱톡이 최근 롱폼 예능 제작에 나선 반면, OTT들은 숏폼을 플랫폼 핵심 기능으로 끌어안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마다 대표 포맷이 비교적 분명했다면, 이제는 숏폼과 롱폼을 동시에 가져가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OTT 경쟁 축이 콘텐츠 보유에서 이용자 체류시간과 반복 소비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면 이용자가 알아서 찾아오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콘텐츠를 어떻게 발견하게 하고, 얼마나 오래 플랫폼 안에 머무르게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라며 "숏폼은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설계하는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